■ 빚내서 투자 11조 사상최대
서울 상봉동에 사는 주부 김숙자 씨(46·가명)는 지난주 거래 증권사에서 1000만원을 빌려 코스닥 바이오주에 투자했다. 김씨는 본인이 사는 아파트의 다른 주부들도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는 적게는 7%에서 많게는 11%대에 달할 만큼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일반 투자자들이 앞다퉈 신용융자 거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요즘 코스닥이 워낙 좋다고 하니까 20% 수익률만 내면 이자를 줘도 남는 장사 아니냐"고 말했다.
신용융자가 급증하면서 증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용공여 한도가 꽉 차 빌려주고 싶어도 더 이상 빌려줄 수 없는 증권사가 속출하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자체 신용공여 한도는 4조7000억원으로 5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신용융자 규모를 늘리면서 이마저도 부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규모는 7조3323억원이지만 내부적으로 설정한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65% 수준에서 관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규정상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지만 증권사들은 내부 영업 전략과 리스크 관리 방침에 따라 그 안에서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를 이미 채워 신용융자를 해주고 싶어도 더 이상 빌려줄 돈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이 증권사의 한 영업 지점에서는 1월 중순 이후부터 신용융자를 문의하는 고객이 평소보다 2~3배 늘어났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이나 테마주 위주로 신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며 "증시 활황이라 주식을 팔고 싶지 않지만 돈이 필요하다며 예탁증권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집을 사기 위해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5억원 정도 빌려간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용공여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한도를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신용공여 한도가 늘어나면 잠재적 위험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신용공여가 자기자본 규모를 넘어서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증권사 신용공여 일부 또는 전부를 중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증자에 나서는 등 각종 고육지책을 강구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신용공여 한도를 늘릴 목적으로 수천억원 규모 증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는 방식의 증자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1조4000억원 규모다. 증자 이후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원에 근접하게 된다. 현재 키움증권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95%에 육박하지만, 증자를 하면 추가로 신용공여를 할 수 있게 된다. 유진투자증권·DB금융투자 등도 신용공여 한도가 찰 것에 대비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온라인 거래가 활발한 데다 자기자본이 대형사에 비해 적다 보니 규제에 걸리기 전에 신용공여 수준을 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일반인이 크게 늘어나자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는 낭패를 보기 십상인 만큼 무분별한 신용융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 원금의 상당 부분 또는 투자 원금 이상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빚을 내서 투자한 종목이 바이오·제약 등 변동성이 큰 주식에 치우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며 "과거 경험상 신용융자로 '묻지마' 투자에 나서 큰 피해를 본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용융자 잔액이 11조원을 넘어서고 증
[정슬기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