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오는 18일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에선 관련 상품 투자가 불가능하게 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6일 "국내법에선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이 아닌데 어떻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겠느냐"며 "국내에선 비트코인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전날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업계에 거래 불허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파생상품 기초자산은 적정한 방법에 따라 가격 산출과 평가가 가능한 상품 또는 통화로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선물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출시를 준비하던 자산운용업계 움직임은 올스톱됐다. 신한금융투자와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다음주에 개최하려던 투자설명회도 일제히 취소됐다. 국내 투자자가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시카고상품거래소 거래 자격을 보유한 국내 증권사를 경유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불허 방침에 대해 증권업계 일각에선 국내 투자자 차별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운용업계가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이 출시되는 것은 비트코인이 사실상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선물 거래가 허용돼 위험 회피(헤지)가 가능해지면 기관투자가들의 비트코인 매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과 함께 장기적으로 변동성 완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대량 매매로 인해 가격 불안정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뿐 아니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오는 10일부터 선물 상품을 먼저 내놓고, 나스닥 역시 대형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비트코인 선물 출시를 준비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 또는 하락에 베팅하는 옵션 상품도 곧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에 포함시킨 펀드도 출시돼 연간 펀드수익률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도쿄금융거래소 역시 관련법 개정 시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원유나 금 선물 거래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며 "당국이 국내 투자자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다양한 파생상품이 줄지어 출시될 것"이라며 "국내 운용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비트코인 선물이 출시되는 미국 현지에서도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파생상품 가격이 현물
한편 국세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내역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만들면 즉시 과세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헌철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