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설정액 10억원 이상 643개 국내 주식형 펀드·ETF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39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몇 번의 출렁임을 이겨내고 반드시 수익을 돌려준다는 세간의 속설과는 적잖은 거리가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처럼 쌍끌이 장세로 증시를 끌고 간 가운데 아직 원금조차 회복하지 못한 '최악 펀드' 비중이 6%에 달해 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39개 마이너스 펀드 중 ETF만 18개에 달해 비중이 46.1%로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전수조사한 643개 펀드 중 ETF는 총 123개로 비중이 19.1%에 불과한데 마이너스 펀드만 따로 떼어놓으면 ETF 비율이 확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ETF를 만들 때 특정 업종에 특화된 상품을 만드는 경향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TF는 통상 값싼 수수료를 기반으로 투자자가 분산투자하기 좋은 수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지수를 추종한 결과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는 수익률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적극적으로 종목을 교체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는데, ETF는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것 외에는 대응 방법이 없어 리스크 관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4월 나란히 출시된 미래에셋TIGER200중공업 ETF와 미래에셋TIGER200건설 ETF는 설정 이후 각각 -56.86%와 -61.74%의 수익률 기록해 원금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통상 업황이 좋을 때 이를 추종하는 ETF가 우후죽순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자칫 이때 베팅에 나선다면 꼭지를 잡을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2009년 10월 나온 삼성KODEX건설 ETF와 2011년 4월 나온 삼성KODEX운송 ETF 수익률이 각각 -44.33%와 -56.20%를 기록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액티브 펀드 중 최악 수익률을 기록 중인 상품은 2011년 5월 나온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된 지 6년6개월이 지났지만 수익률은 -41.81%로 역주행하고 있다. 이 역시 현대차그룹에만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약관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2011년 현대차 주가는 주당 25만원 안팎에 거래되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후 업황이 빠지고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현대차 주가는 지난 1일 주당 16만1500원에 마감했다.
다만 '역발상 투자' 관점에서 설정일 대비 수익률이 많이 빠진 상품 중에서 투자를 검토할 시기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2~3년에 걸친 사이클을 타고 업종 주가가 출렁이는 주식시장 특성을 볼 때 바닥을 찍고 수익률이 상승하는 반전 매력을 뽐낼 만한 시기가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