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두산중공업 주가는 전날 대비 0.92% 하락한 1만6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이 나온 지난달 20일 주가가 1만94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새 16.8%나 떨어진 것이다. 올해 2월 이후 줄곧 하락하던 이 회사 주가는 9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10월 20일 장중 2만2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에 이어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가 3분기에 깜짝실적을 내며 힘을 보탰지만, 과도한 차입금과 자체 사업 부진까지 만회하긴 역부족이었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조5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 규모는 3분기에 10조2000원까지 늘어났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10조원 이상 규모로 증가한 높은 금융부담이 주가 상승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엔진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 지분 4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산중공업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9% 늘어난 196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체사업 부진, 자회사 실적 호조'라는 대조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중공업 부문 영업이익이 4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감소했기 때문이다. 3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신고리 5·6호기 사업은 마무리 지을 수 있겠지만 원전 먹거리가 사라져 장기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증권사들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년 전 증권사들이 제시한 두산중공업 적정주가는 3만3091원이었으나 현재 2만2133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떨어지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투자의견은 상향되는 경우가 있으나 두산중공업은 아니었다. 1년 전 3.82점이었던 투자의견은 6개월 전 3.78점으로, 한 달 전엔 3.64점, 현재 3.6점까지 하향됐다. 투자의견은 증권사가 강력매수를 추천하면 5점, 매수 4점, 중립 3점, 매도 2점, 강력매도 1점으로 산정해 평균을 낸 지표다.
다만 상황이 아주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내년에는 큰 규모의 해외 원전 프로젝트가 많아 수주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맞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은 원전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해외 원전 수출 수주와 함께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