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조 굴리는 英 PEF운용사 '판테온' 폴 와드 대표
40조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글로벌 재간접 사모펀드(PEF) 운용사 판테온의 폴 와드 대표(사진)는 12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증시 상승으로 주식 등 전통 자산 비중이 높아면서 대체자산과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추세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사모·대체투자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와드 대표는 "시장 과열에 따른 수익률 하락 우려에도 공모 시장에 비해 사모투자 시장의 투자 기회가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지난 20년간 글로벌 주요 증시의 상장기업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들었다. 기업 정보 공개에 대한 부담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 여기에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공개(IPO)에 나서기보다 비상장 상태로 남아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PEF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업 인수·합병(M&A) 후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와드 대표는 "기업들의 IPO 시점도 늦어지면서 기업 생애주기상 IPO 이후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따라서 공모 시장 투자로는 충분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J커브 효과'(투자 초기 발생 비용 때문에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를 우려해 사모투자를 주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다른 기관들이 구축해 둔 투자 포트폴리오를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는 세컨더리 투자 전략이나 투자 회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사모부채펀드(PDF)부터 시작해 투자 범위를 점차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매해 투자를 꾸준히 늘리면서 빈티지(투자 상품 출시 시기)·지역·전략을 분산시키면 시장 변동성이 높아져도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고 손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와드 대표는 최근 투자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북미지역 벤처 운용사를 통해 수혜가 기대되는 핀테크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보안 등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테온은 이미 1983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사를 설립해 현지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업계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둔 상태다.
최근 진행된 영국 고속철도 HS1 투자 건처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해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인프라 펀드의 청산 시기가 잇달아 도래하면서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다만 경제성장률과 연동되는 주요 선진국의 교통 인프라 자산은 높은 투자 안정성에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좀 더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에너지 자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판테온은 올해로 설립 35주년을 맞은 글로벌 재간접 대체투자 운용사다. 기업투자는 물론 부동산·인프라 투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과 주요 연기금·공제회 등에서 1조8000억원을 약정받아 운용 중이다.
[강두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