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전자 덕에 하루새 8% 쑥

↑ 김창수 사장

삼성생명이 자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효과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냈다. 11일 삼성생명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7.89% 오른 12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생명은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발판 삼아 장중 내내 오름세를 지속했다. 현재 매수 상위 창구에는 UBS, CS증권,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외국계가 대부분 올라와 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생명을 367억원어치 사들였다.
여기엔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9월 11일 기준 7.5% 보유) 매각 가능성이 재부각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70만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재경신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30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가치를 고려할 때, 향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가시화할 경우 주주 환원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내년까지 이미 계획된 자사주의 100%를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율은) 10.4%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달 전 정치권에선 삼성생명이 보유한 대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 혼란 없이 매각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별한 경우에 한해 자사주를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인에게서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상장법인은 한국거래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만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을 통하면 매수자를 찾을 수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특정 주주로부터 이를 모두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보험사는 계열사의 주식 보유 한도를 취득원가(장부가)로 계산하고 있지만, 만약 금융위원회가 이를 은행·증권 기준과 동일하게 공정가액(시가)으로 바꿀 경우 삼성생명은 현재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중 초과 보유분을 처분해야 한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은 금융위원장이 직권으로 개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 상승은 신규 지분 취득이 아닌,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른 사후적인 결과이기에 사전 승인을 받는다는 개념의 적용이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내년 중 금융위원회 승인은 필수 불가결한 이슈"라며 "즉 삼성생명 혹은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