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세에 코스피가 2400선을 내줬다. 지난주 하루 동안 40포인트 넘게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이를 놓고 단기간 차익실현 욕구가 지속될 지 관심이 쏠렸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8일 전 거래일 대비 1.73%(42.25포인트) 떨어진 2400.99로 마감했다. 간신히 2400선을 지켰지만, 이날은 약보합을 이어가며 장중 2399.39까지 하락했다. 최근 2450선을 넘나들며 사상최고치를 찍었지만 대형 IT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코스피 하락을 이끈 건 외국인 투자자다. 지난 2일부터 순매도를 이어온 외국인은 28일에는 5600억원의 순매도 폭탄을 던졌다. 이는 2015년 8월 24일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이날도 오후 2시 현재 2530억원을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이 외국인의 매도 욕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은 1110원~1120원 수준을 맴돌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1112.5원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환율이 단기 저점을 기록했다는 판단이 반영,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 상 원화 강세가 수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10원 미만인 범위에서는 환차익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낮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전환이 이어진다"며 "북한 리스크가 재부각된 점도 주식시장의 위축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셀 코리아(Sell Korea)'를 지속할 지에 대해선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이 몰렸다. 미국의 내구재 수주, 실업수당청구건수 등 경제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면서 미국 달러 대비 신흥통화지수가 소폭 반등했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 움직임이 다소 진정돼 국내 증시의 자금 이탈도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자금을 회수하기보다 반도체 등 IT 업종을 매도하고 다른 종목을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SK하이닉스의 실적발표 시점부터 매도 주체로 떠올랐다"며 "외국인은 올해 내내 IT업종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의 순매수 업종은 소비자서비스, 유통, 미디어 등 소비재 관련 종목이 많다"고 덧붙였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코스피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설명했다.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이 악화될 가능성이 낮고, 경기 전망 또한 양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분기 글로벌 총생산(GDP)이 호조를 보였고,
변 연구원은 "지난주 외국인의 현물 매도 대비 선물 매도는 크지 않았다"며 "최대 순매수 업종은 증권주"라고 말했다. 이어 "IT 조정에 따른 종목 다변화라는 관점에서 주가 부담이 없는 배당주나 자동차 관련 종목이 유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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