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현대증권을 인수해 초대형 투자은행(IB)과 증권사를 보유하는 식으로 비은행 부문을 공격적으로 키워낸 것이 KB금융이 7년 만에 시총 1위를 넘보게 된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리딩뱅크' 지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두 금융지주의 시총이 역전되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금융업계에서도 파란이 예상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KB금융 시총은 23조2051억원으로 신한지주(23조1646억원)를 추월했다. 올 들어 여러 차례 장중 기준 KB금융 시총이 신한지주를 앞서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종가 기준으로도 2010년 이후 7년 만에 역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KB금융이 기업가치와 실적 측면에서 모두 국내 리딩금융그룹 지위를 탈환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는 신한지주(23조1409억원)가 KB금융(23조797억원)을 612억원 차이로 앞서 가까스로 1위를 유지했다.
올해 KB금융의 주가 상승세를 보면 투자자들이 KB금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 곧바로 드러난다. 올해 초 17조8951억원에 불과했던 KB금융의 시총은 이날까지 29%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의 주가 상승률은 연초 21조4575억원에서 7.8% 오르는 데 그쳤다.
시총까지 KB가 신한을 위협하는 것은 최근 잇따른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부문 확대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다. KB는 2014년 KB캐피탈, 지난해 LIG손해보험·현대증권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어 지난 4월엔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에 따라 1분기 KB손보 지분 39.81%, KB캐피탈 지분 52.02%의 순이익만 KB금융 실적에 반영되던 것이 2분기부터 많게는 두 배 이상 커지게 됐다.
반면 신한은 그동안 국내 금융사 인수보다는 글로벌 진출에 집중한 결과 KB에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M&A시장에서 신한이 참여한 것은 2013년 예한별저축은행(현 신한저축은행)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은행과 카드시장에서는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증권, 보험, 캐피털 등 다른 분야 계열사는 업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신한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신한은 '2020년 아시아 리딩뱅크'를 목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올해 성장 전략을 글로벌과 IB 역량 강화로 잡고 모든 계열사의 관련 인력을 하나로 합쳐 시너지를 내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기존 업계 1위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2위와 격차를 더 벌리고, 생명과 금투 등 다른 계열사는 1위 탈환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KB 역시 계열사 시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증권을 새로 맞이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과 증권 지점이 연계된 영업체계를 구축하고, 복합점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한국형 유니버설 뱅킹' 모델을 정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대체투자 등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과 개인고객을 아우르는 금융자문과 부동산 투자자문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태성 기자 / 전경운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