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생활비 절감 대책의 하나로 자동차 보험료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손해보험사들은 전체 보험료 인하가 아니라 할인 특약 확대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사업 구조가 개선되고 보험사들의 전체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료 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손보사들은 전체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기 보다는 할인 특약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는 연간 2000㎞이하 운행자에 대해 보험료를 23% 인하해 주던 것을 37%까지 할인 폭을 확대하는 등 마일리지 특약의 각 구간별 할인 폭을 높였다. KB손보 역시 마일리지 특약의 각 구간별 할인 폭을 높였고, 흥국화재는 6세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보험료를 7% 할인해 주는 등의 자녀할인 특약을 지난달 신설했다.
이같은 할인 특약의 경우 할인 대상자가 많지 않아 전체 보험료 인하 압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A손해보험사의 경우 할인 특약 중 블랙박스 설치 할인 특약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 중 47.2%, 무사고 할인 특약 가입자는 58.6%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온라인 가입 할인 특약 대상자는 8.3%에 그쳤다. B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할인 특약을 확대하면서 다른 특약 할인은 할인률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전체적인 손익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반면 올해 들어 전체 자동차 보험료 인하 카드를 꺼낸 곳은 메리츠화재 한 곳 뿐이다. 메리츠화재는 사업 개선을 이유로 지난 3월과 이번달 각각 0.8%(개인용 차량 기준), 0.7% 보험료 인하를 실시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 나머지 9개사들은 연내 보험료 인하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말 보험료를 인하했지만 올해는 아직 추가 인하 계획이 없고, 롯데손보는 인하 여부를 검토중이지만 실제 보험료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사업비율이 가장 낮아 자동차 보험 부분에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악사손보의 경우 지난해10월 보험료를 오히려 0.5%(개인용) 올리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며 경미사고 차량의 과다 수리비 지급 관행을 개선하고 외제 차량 사고시 국내의 '동급' 차량으로 렌트를 제공하게 하는 등 보험사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보험사들이 급증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때"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주요 10개 손보사들의 연초이후 4월까지 합산비율(업계 추정치)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순이익 기준)인 삼성화재는 98.2%에서 94.5%로 낮아졌고 업계 2위인 동부화재 역시 103.6%에서 100.2%로 떨어졌다. 악사손해보험은 92.7%에서 91.4%로 낮아지면서 업계 내 자동차보험 부분에서 수익구조가 가장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것으로 100% 보다 낮으면 그만큼 이익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보사들의 '골칫덩이'였던 자동차보험 부분 수익이 개선되면서 회사의 전체 수익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연초이후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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