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법원 일선에서 중요 사건들의 지휘를 맡고 있는 인물이 바로 정준영 수석부장판사(20기·사진)다.
정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기업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회생법원의 역할을 '최후의 보루'에 비유했다. 정 수석부장판사는 "회생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새 인수자를 찾는 게 우선과제"라면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직후 한두 달이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제도화하기도 했다.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 후 법원이 회생계획을 검토해 2~4개월 후에나 인가하는 일반 회생절차와 달리 P플랜 시에는 신청과 동시에 기업회생계획을 인가받을 수 있어 3개월가량 경영 정상화 속도가 빨라진다.
대우조선해양이 끝내 채권자들과 채무 상환기간 유예 합의에 실패하면 국내 최초로 P플랜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 수석부장판사는 "P플랜형 기업회생 절차가 최초로 개시될 경우를 대비해 지난달부터 판사들, 감시위원들과 강도 높은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장판사는 P플랜의 성공적인 정착과 회생 기간 단축을 위해 여러 영미법상 기업회생 절차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형 M&A다. 기존 회생기업 M&A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잠재 매수자들이 서로 눈치 싸움을 벌이다가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특정 인수자와 단둘이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수의계약형 M&A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법원 입장에서는 함부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이 두 제도의 단점을 보완해 법원이 예비인수자를 수의계약 형태로 미리 찾아놓은 후 경쟁입찰을 진행해 해당 경매가 무산되는 경우에 예비
그는 "기업회생을 지나치게 늦게 신청해 일말의 회생 가능성도 없어지는 업체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최대한 많은 부실기업들의 기업회생 신청을 받고, 최소한의 시간 안에 정상화를 끝마치게 하는 것이 회생법원의 목표"라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