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위는 이달 중 사모투자펀드(PEF)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매각에 속도를 낼 방침이지만 PEF 운용사 등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4일 매일경제신문이 동부제철 등 산업은행 비금융 자회사·투자회사 132곳과 대우건설 등 PEF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2곳의 매각 추진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벤처·중소기업 투자회사 98곳 중 91곳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산업은행이 너무 오랫동안 쥐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출자전환 기업 34곳 중 매각이 완료된 기업은 5곳에 그쳤다. 특히 실질적인 자회사로 분류되는 지분율 15% 이상 기업 16곳 가운데 매각된 회사는 지난해 8월 동양물산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국제종합기계 1곳에 불과했다. 현대시멘트와 오리엔탈정공 매각이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출자전환 자회사 13곳의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등 산업은행이 지난해 10월 매각 방침을 공식화한 PEF 형태 보유 자회사 매각 지연까지 포함하면 총 15곳의 매각이 지연되고 있어 매각 진행률은 16.7%에 불과하다.
문제는 매각 지연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00년 출자전환 후 산업은행이 18년째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처럼 구조적인 불황으로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운 회사가 많은 데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구조조정 기업 장부가와 시장가가 큰 폭으로 벌어진 상황임에도 산업은행이 최소한 장부가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적자금 투입 비용을 계산해 8500억원 안팎의 매각가격을 희망한 산업은행과 향후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수요로 3000억원 안팎의 시장가격을 주장한 외국계 잠재매수 측 간 이견으로 지난 2월 KDB생명 매각 일정이 무산된 바 있다.
A투자증권사 IB본부 관계자는 "대우건설 역시 현재 투입된 공적자금 손실을 피하려면 주가 1만1000~1만2000원 수준에서 매각해야 하는데,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면 적정 주가는 7000원 선"이라며 "공적자금 손실 책임론 덫에 걸려 매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 실패로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장기 보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위는 2015년 9월 이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을 포함한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추진 방안 발표를 거듭해 왔지만 공염불에 그쳤다는 시장의 지적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대주주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에서 파생된 기업구조조정펀드가 지난해 조성됐지만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가 사실상 관할하는 이 펀드와 민간 자본이 공동 무한책임투자자(GP)가 되고 민간 유한책임투자자(LP)를 끌어들여 PEF를 구성해 구조조정 기업을 사들인 뒤 신규 자금을 넣고 되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친화적'이라는 수식어를 정당화할 핵심인 민간 자본을 공동 GP로 끌어들이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한 대형 사모투자회사 대표는 "모펀드 자금이 기업부실채권(NPL)을 많이 들고 있는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결국 당국이나 정치권 영향에서
[강두순 기자 / 정석우 기자 /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