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홀딩스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8년간 당사와 특수관계회사 이사였던 김창헌 씨를 감사로 추천했다. 김씨는 JW홀딩스뿐 아니라 JW중외신약·JW중외제약 사외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JW생명과학 사외이사다. 이사회 업무 감시 의무가 막중한 감사 자리에 과거 이사였고, 현재는 특수관계회사 이사인 사람이 추천된 것이다.
이왕겸 서스틴베스트 리서치본부장은 "감사는 대표를 비롯해 이사진의 경영 부조리를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과도한 겸직과 장기 연임은 독립적 직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는 7일 현재 기준 올해 주주총회 안건을 공시한 13개 기업의 이사 감사 선임 관련 안건 42건을 검토한 결과 15건(36%)이 과도한 겸임, 연임으로 인한 독립성 부족으로 자격이 부적절해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추천한 이사·감사는 각 회사나 특수관계회사 임직원으로 장기 근무하거나 과도하게 겸임해 독립적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행법상 요건은 충족하고 있지만 회사 경영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기에는 부적격하다는 판단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신한금융지주가 추천한 히라카와 유키,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 후보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히라카와 씨는 프리메르코리아·레벨리버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에이브릴 씨는 현재 BNP파리바 일본 대표로 신한지주 지분 3.55%를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마트가 추천한 권혁구 사내이사 후보는 현재 계열사 신세계투자개발 대표이사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 신세계그룹 전략실장 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포스코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김신배 후보는 과거 SK텔레콤 대표이사를 역임했는데 당시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이력이 반대 이유로 지적됐다.
또 포스코가 감사로 추천한 정문기 씨는 과거 포스코 외부감사인이었던 삼일회계법인의 등기이사 출신이기 때문에 회사 경영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로 임용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사외이사를 모두 제약업계와 밀접한 교수로 채워 넣으려는 기업도 있었다. 지난해 공매도 사건으로 증권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서스틴베스트와 더불어 의결권을 자문하는 대신경제연구소는 오는 10일 한미약품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간 사외이사 서동철 선임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서동철 후보는 현재 중앙대 약대 교수로 재직 중인데 기존 한미약품 사외이사 2명도 모두 교수 출신이다. 이동호 이사는 울산대 의대 교수, 김성훈 교수는 서울대 약대 교수다.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LG디스플레이가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권오경 한양대 교수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권 교수는 2013년 3월~2016년 12월 3년9개월간 LG디스플레이와 기술자문 지도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안상희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이 대학과 기술자문 계약은 가능하지만 본건처럼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 계약 관계에 있던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독립적 입장에 있어야 할 사외이사로서의 충실한 임무 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배미정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