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 이어 장부가 기준 2000억원을 웃도는 KT&G 보유 지분 6.93%(951만485주)도 연내 매각하겠다고 김 행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김 행장은 "2015년 2월 이사회에서 매각을 결의한 대로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매각 시기와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며 "2017년 말까지 전량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했다. 바젤Ⅲ 규제에 따라 내년부터 KT&G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현행 100%)가 300%로 확대되면 그만큼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주식 매각이 지지부진하다는 시장 우려는 기우라고 김 행장은 못 박았다.
김 행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학군장교로 육군 26사단에서 2년 동안의 소대장 생활을 마치고 1985년 여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1985년 육군 중위 시절 사단 본부로 날아든 많은 '구인' 러브콜 중 국책은행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기업은행을 선택했다. 서울 등촌동 지점에서 등촌동, 가양동 일대 글러브 회사와 사출공장을 돌며 시작된 그의 은행원 생활은 중소기업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은행 보폭을 넓히기 위한 33년간의 여정이었다.
2004년 카드사업부 팀장 시절에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사업 선정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개발비카드 사업을 따내기 위해 주무부처인 대전 소재 중소기업청과 서울을 40차례 이상 오갔다. 빡빡한 일정을 맞추느라 졸음을 쫓기 위해 청주 톨게이트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결과 당시 LG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의 독무대였던 카드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2005~2007년 인천원당지점장 시절에는 인천 검단지구를 비롯한 인천 전역 기업을 하루 4곳을 목표로 돌아다녔고 재임 기간 내내 비교집단 중 실적 1위를 유지했다. 이후 전략기획부장, 남중지역본부장, 남부지역본부장을 거쳐 2014년 1월부터는 기업은행 전략을 총괄하는 경영전략그룹장으로서 기업은행 핵심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김 행장의 단순하고 분명한 업무철학은 은행권과 관가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업무철학은 행장이 되고 경영철학으로 이어졌다.
김 행장은 "행장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은행 정체성이 바뀌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조직개편을 대대적으로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며 "중소기업금융과 정책여력 확충을 위한 이익 확보라는 분명한 목표를 위해 사람 중심의 '협업' 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현재 금융 환경은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상황"이라며 "군살 빼기와 더불어 연 1조원대 이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진출 등 글로벌 사업과 카드, 신탁 부문, IBK투자증권, IBK자산운용 등 계열사 강화로 이익을 창출해 중소기업 정책금융 여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취임 직후 본부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부터 했다.
▷ 내가 은행장이 됐다고 갑자기 한 게 아니고 경영전략그룹장으로서 이미 준비했던 작업을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나 대신 행장으로 왔어도 진행됐을 일이다.
기존 조직의 문제는 수직적인 사일로(silo·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 문화였다. 이를 수평적으로 펴서 인재들이 효율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열정과 아이디어를 갖춘 직원들의 성과가 사일로 문화 때문에 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3년 임기 동안 목표는.
▷ 국내 은행권은 '이익의 함정'에 빠져 있다. 대출 등 이자자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정체되고 오히려 비용만 증가하고 있다. '대출 등 자산을 확대하면 이익이 발생한다'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자에 편중된 수익구조 개선과 함께 양적성장 중심의 영업 방식을 수익성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현재 은행 13.1%, 비은행 15.6%(지난해 10월 기준)에 불과한 비이자 이익 비중을 각각 20%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방법은 외환과 투자은행(IB), 신탁 등 비이자 사업을 다각화하고 복합점포를 늘려나가는 것인데 이를 위해 IBK투자증권, IBK자산운용 등 자회사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 은행 체질 개선도 필요한데.
▷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문화를 완전히 정착시켜야 한다. 보여주기식 업무 추진, 형식적인 회의 문화에서 과감히 탈피해 '고객과 영업현장'이라는 두 가지 의사결정 기준만을 토대로 '일하는 문화' '회의 문화' '보고 문화'를 혁신할 것이다.
― 주변 환경이 악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며 업권 간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향후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가경제의 근간이자 은행 설립 목적인 중소기업금융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중소기업 성장동력을 지원할 것이다.
■ 국내 中企 진출한 동남아 시장 영업 확대할 것
▷ IFRS9 도입과 위험가중치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전량을 매각할 것이다. 내년 IFRS9 도입으로 매각차익이 당기 손익에 인식되지 않을 수 있고 바젤Ⅲ 규제에 따라 내년부터 KT&G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현행 100%)가 300%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47.9%, 6.3%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행 우선주도 기업은행 손익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추진 계획은.
▷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다만 분명한 방향은 '군살 빼기'다.
― 최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자회사와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 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 균형 성장을 위해 모든 자회사의 성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예외는 없다. 그래도 무게를 두지 않을 수 없는 곳이 IBK투자증권과 IBK자산운용이다.
중소기업 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담보대출 위주에서 투자 방식으로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증권 등 자본시장 부문 성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 수단을 제공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 역량 제고도 강화해야 한다.
― 구체적 시너지 달성 방안이라면.
▷ 거창한 건 없다. 은행과 자회사와의 시너지는 기업은행과 자회사, 자회사와 자회사 간 유기적인 협업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올해 업무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미 모든 사업그룹에서 시너지 창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도록 했다. 임직원 모두가 시너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업무를 추진하게 되면 그 성과는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너지 창출유공직원 포상 확대와 시너지 창출 아이디어·우수사례 공모전 실시 등 IBK 조직 전체가 시너지 창출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는 문화를 조성해나가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의 글로벌 전략 차이는.
▷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기업은행 임무가 뚜렷하듯 글로벌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나가 있는 국가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이다. 중국은 이미 나가 있고 인도네시아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진출하는 물꼬를 틀 계획이다. 베트남 역시 가능하면 법인을 만들되 호찌민, 하노이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속도를 낼 것이다.
― 누구를 가장 많이 만날 생각인가.
▷ 취임사에서도 얘기했고 최근 전국 영업점장 회의 때도 선언했지만 단연코 고객과 현장이다. 영업점장은 현장 판단을 거쳐 결정하고, 본부 부서장들은 현장 판단을 존중하는 게 핵심이다. 문서로 일해서는 곤란하다.
■ He is…
△1959년 경북 의성 출생 △1978년 2월 대륜고, 1983년 2월 단국대 경제학과 졸업, 1985년 8월 중소기업은행 입행 △2005년 8월 인천원당지점장 △2008년 1월 본부금융센터
[정석우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