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년부터는 매각 이익이 나더라도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본만 늘어나게 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회계상 당기순이익을 부풀릴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할지를 두고 경영진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은행들이 IFRS9 도입을 앞두고 보유 중인 타 법인 출자 지분을 선제적으로 매각할 가능성이 커졌다. 매입 시점보다 주가가 올랐을 때 올해가 해당 주식을 매도해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IFRS9이 도입되는 내년부터는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당기순이익과 무관하게 자본만 늘어나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년 국제회계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은행들이 당기순이익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수단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이 부실하거나, 실적을 끌어올릴 유인이 있는 은행들은 보유 주식을 매도해 회계상 당기순이익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과거 채권단으로 출자전환에 참여하면서 기업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해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주택도시보증공사(8.48%)와 SK(2.49%), 신한금융은 비자카드(0.15%),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14.15%)와 대한전선(4.18%), 하나금융은 SK하이닉스(0.7%)와 대한전선(5.8%), 기업은행은 KT&G(6.93%) 등을 보유하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별로 유가증권 매각에 대한 셈법이 복잡할 수 있다"며 "올해 이익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유가증권 매각에 나서겠지만 반대로 올해 임기 첫해인 경영진 입장에서는 대규모 유가증권 매각 인식 이후 임기 후반 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매입 당시보다 주가가 올라 유가증권 매각이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데 기여하면 일반 주주들에게는 이득이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올라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배당성향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배당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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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