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달 초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판매된 신용등급 BBB+인 한진의 5.5% 금리 회사채는 나흘 만에 완판됐을 정도다. 예금이나 적금 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금리를 주는 회사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NH투자증권이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한진의 회사채 28억원어치가 나흘 만에 모두 팔렸다. 오는 11월이 만기인 이 회사채는 금리가 5.5%로 수수료를 제외한 연 환산 수익률은 5.0%에 달한다. 최저 판매금액이 1억원으로 책정됐는데도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많아 예상보다 일찍 동이 났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PB부장은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는 한동안 발행도 되지 않는 데다 찾는 이도 거의 없었다"며 "최근 들어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로 개인투자자가 많이 찾는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들은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 이후 시장 자체가 얼어붙으면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 발행량은 2015년에 비해 30%가량 줄어들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수그러들고 작년 말부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퍼지면서 회사채시장도 살아나는 조짐이다. 오는 19일에는 신용등급이 BBB인 건설사 한라가 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50억원어치밖에 팔리지 못했지만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를 통해 소화될 예정이다. 만기 1년에 금리는 6.4%로 높아 개인 투자 수요가 충분하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작년이었다면 아예 발행 자체가 어려웠겠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한솔케미칼, CJ헬로비전, 대상, 한화케미칼 등 신용등급 A 이하 기업들이 이달에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시기지만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처럼 중간 매매를 하지 않는 개인들은 이를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중간에 팔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이자와 원금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금리 상승에 따른 회사채 발행금리
다만 전문가들은 회사 재무상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