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A씨는 은행 적금을 대신할 다른 투자처를 찾다가 지인을 통해 회사채라는 투자상품을 접했다. 펀드나 파생상품은 수수료가 비싼데다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꺼려졌지만 회사채는 발행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권사 PB가 추천해준 상품은 만기 1년의 A-등급 회사채로, 금리는 4%였다. 만기가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안심하고 1억원을 투자했다. 1년 뒤 수수료를 제외하고 3%대 수익률을 올리면서 크게 만족했다.
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기회를 찾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달 초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판매된 BBB+등급 한진의 5.5%금리 회사채는 나흘만에 완판됐을 정도다. 예금이나 적금 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금리를 주는 회사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NH투자증권이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한진의 회사채 28억원 어치가 나흘만에 모두 팔렸다. 오는 11월 만기되는 이 회사채는 금리가 5.5%로 수수료를 제외한 연 환산 수익률은 5.0%에 달한다. 최저판매금액이 1억원으로 책정됐는데도 불구하고 고액자산가들의 수요가 많아 예상보다 일찍 동이 났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PB부장은 "A등급 이하 회사채는 한 동안 발행도 되지 않는데다 찾는 이도 거의 없었다"며 "최근들어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A등급 이하 회사채들은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 이후 시장 자체가 얼어붙으면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실제로 지난해 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량은 2015년에 비해 30% 가량 줄어들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수그러들고 작년 말부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퍼지면서 회사채 시장도 살아나는 조짐이다. 오는 19일에는 신용등급이 BBB인 건설사 한라가 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기관수요예측에서는 50억원어치 밖에 팔리지 못했지만 대부분이 개인 투자자들을 통해 소화될 예정이다. 만기 1년에 금리는 6.4%로 높아 개인 투자 수요가 충분하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작년이었다면 아예 발행 자체가 어려웠겠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한솔케미칼, CJ헬로비전, 대상, 한화케미칼 등 A등급 이하 기업들이 이달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값이 떨어지고 있는 시기지만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들처럼 중간 매매를 하지 않는 개인들은 이를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중간에 팔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이자와 원금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금리 상승에 따른 회사채 발행금리 상승이 외려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재영 PB부장은 "예·적금 금리가 오르는 속도는 매우 느린데 반해 회
다만 전문가들은 A등급 이하 회사채의 경우에는 예전 동양이나 웅진그룹처럼 갑작스런 신용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재무상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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