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에 대한 회계법인 '의견 거절' 분기보고서가 공시되기 이전부터 공매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폭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내부거래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거래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17일 "대우건설 분기 보고서가 지난 14일 공시되기 전 대차잔액과 공매도가 과도하게 늘어난 정황을 파악해 심리에 착수했다"며 "투자자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엄격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도 "대우건설 거래내역에 대한 거래소의 심리 결과를 받는 대로 미공개정보 유출에 대한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분기보고서를 공시하기 전 거래일인 지난 11일 대우건설의 공매도 거래량은 119만5385주로 상장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11만4558주)의 18배 수준이었다. 일평균 55만주에 불과하던 대우건설 거래량도 11일에는 985만주로 18배 폭증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14일 장 마감 후 3분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이 의견 제시를 거절한 사실이 시장에 알려진 것은 14일 저녁 8시께였는데, 그 전 거래일부터 공매도가 폭증했다. 시장에서는 외부 감사기관의 의견 거절 정보를 미리 입수한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해 공매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감사인의 의견 거절은 분명한 악재성 정보"라며 "정보가 사전 유출돼 공매도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미리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빌린 주식을 싼값에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 기법이다. 실제로 대우건설 분기보고서가 발표된 후 15~16일 이틀 동안 대우건설 주가는 18.4% 하락했다. 시가총액이 약 5000억원 증발한 것이다. 17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 대비 0.36% 하락해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부감사인이 의견 제시를 거절하기 전 대우건설과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나
앞서 지난 9월에도 한미약품이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기 전에 공매도가 급증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여 미공개정보를 유출한 한미약품 직원과 관계자를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한미약품과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압수수색해 불법적인 주식 거래가 추가로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