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의 지난 2분기 총 영업이익은 6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4%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이슈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2200선에 육박하는 등 증권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 2분기 증권사들의 이익 규모는 지난해 2분기의 기저효과로 반토막이 났지만 전분기인 1분기보다는 5.7% 증가했다. 20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를 고점으로 4분기까지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규모가 늘어나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분기에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1091억원)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7531억원으로 업계 9위 수준이지만 몸집이 두 배 이상 큰 증권사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낸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이어 NH투자증권(879억원), 미래에셋증권(681억원), 삼성증권(680억원), 한국투자증권(622억원), 미래에셋대우(536억원) 등 대형사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순위도 2분기와 비슷했다. 메리츠종금증권(1772억원), NH투자증권(1735억원), 한국투자증권(1319억원), 삼성증권(1302억원), 미래에셋대우(1227억원) 순이었다.
ROE가 높은 증권사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분기 기준 4.74%로 단연 1위였다. 연환산으로는 18.96%에 달한다. ROE가 높다는 것은 회사의 자기자본 규모에 비해 이익 창출력이 높다는 것으로, 그만큼 경영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20개 증권사의 평균 연환산 ROE는 5.08%였다. 평균적으로 증권사들이 100만원의 자본으로 5만800원의 이익을 낸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18만9600원의 이익을 낸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이어 유진투자증권(15.64%), 교보증권(14.16%), 키움증권(13.28%), 하나금융투자(10.04%) 등이 연환산 ROE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증권사가 양호한 실적을 낸 것은 아니다. 업계 5위의 현대증권은 돌연 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증권이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ELS) 운용 손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에도 10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138억원, 4분기 520억원, 올 1분기 912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1000억원대의 적자를 내는 등 최근 1년 동안 2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거래대금이 유지되는 가운데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탁수수료는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거래대금을 바탕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라면서 “하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금융이익이 감소했고 증권사 ELS와 트레이딩 부분에서 상품운용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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