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빅쇼트>/매경DB |
2000년대 중반에는 오랫동안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 대출 상품을 이용했다. 이들의 대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금융상품은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받아 거래됐는데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이들 상품의 신용도가 과대평가됐다고 봤다. 최소한의 신용도조차 갖추지 못한 미국인들이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이 부도 위험이 적다고 판단했기에 이들 금융상품이 부도날 경우 보험금처럼 수령할 수 있는 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왑(CDS)'은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마이클 버리는 이들 CDS를 싼값에 대량으로 사들였는데 결국 예상대로 대출 관련 금융상품에 부도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CDS 거래로 3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남긴 것이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유명 투자은행들도 저금리의 지속과 주택담보 대출 상품의 안정성에 대해 의심조차 않던 상황에서 이들이 놓친 맹점을 예리하게 포착해 끝까지 물고 늘어진 마이클 버리의 통찰력과 결단력은 단연 돋보인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이클 버리가 지금은 어디에 투자하고 있을지 궁금증을 느낄 법도 하다. 이 영화는 친절하게도 영화 말미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마이클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큰돈을 번 뒤 자신이 운영하던 헤지펀드를 청산하고 개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은 단 하나인데 바로 물이다."
마이클 버리는 왜 물에 투자할까. 물이 지구상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자원임에도 자연파괴 때문에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이웃 네바다주에서 500억갤런(약 1억9000만㎥)의 물을 4500만달러에 사기로 했다. 4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극심한 물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버리는 시중에 저금리 정책으로 '값싼' 대출이 넘쳐나는 상황이 오래갈 수 없다고 봤듯이, 사람들이 물이라는 자원을 거의 공짜로 과다하게 사용하는 현재 상황도 오래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마이클 버리처럼 물에 투자할 수 있다. 물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삼성글로벌Water증권자투자신탁에 자금을 맡기면 전 세계의 수자원 및 물과 관련된 주식 등에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 부족 문제가 심해질수록 이 펀드가 투자하는 주식의 가치는 올라가게 되고 이에 따른 투자수익은 펀드투자자에게 배분된다. 이 펀드는 최근 5년 수익률이 55.9%에 달한다.
일반펀드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훨씬 적은 데다가 거래소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도 물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물 기업'으로 볼 만한 상장사가 없을뿐더러 물 산업 관련 ETF도 상장돼 있지 않다.
반면 미국에는 'PowerShares Water Resources' 'Claymore S&P Global Water Index' 'PowerShares Global Water Portfolio' 'First Trust ISE Water Fund' 등 여러 개의 ETF가 상장돼 있다. 이들 ETF는 전 세계 물 관련 기업에 투자
김형래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에 따른 수자원 희소성 상승으로 글로벌 물 산업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면 물 펀드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용환진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