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상장주식 수의 0.5% 이상을 공매도하고 있는 투자자들 현황이 이날 저녁 6시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시행된 공매도 잔액 공시제에 의해 공시된 건은 유가증권시장 182건(120개 종목), 코스닥시장 232건(178개 종목) 등 총 414건(298개 종목)으로 집계됐다. 414건 중 400건이 외국계 증권사에 의해 공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으로 치면 97%가 외국계 증권사에 의해 이뤄지고 3%만이 국내 증권사나 운용사가 공매도한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인들은 공매도 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자유롭게 공매도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이 국내 주식 공매도가 외국인 투자자들 전유물로 활용됐던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관들이 외국계와 비교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공시한 공시 의무 대상자 17개사 중 상위 8개사가 모두 외국계 증권사였다. 공매도 종목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투자자는 모건스탠리였다. 모건스탠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4건, 코스닥 154건 등 총 248건의 공매도 잔액 대량 보유 사실을 공시했다.
뒤를 이어 메릴린치(34건), 골드만삭스(28건), 도이체방크(24건), 유비에스(22건), 크레디트스위스(21건), 제이피모간(18건), 씨티그룹글로벌마켓(3건) 등 외국계 증권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 주문을 대리한 물량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 3곳은 대표적으로 롱숏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를 많이 판매한 증권사라는 점에서 실제는 자체적으로 공매도한 물량도 적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롱숏 ELB는 주로 만기 2년으로 발행되는데 투자 원금을 예금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2년간 이자수익 한도(약 5%) 안에서 롱숏 전략으로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원금 보장형 상품이다.
삼성 NH 신한 등 대형 증권사가 타임폴리오 라임 쿼드 그로쓰힐 등 현재 헤지펀드운용사로 전환한 자문사들과 위탁 자문계약을 맺는 형태로 운용해왔다. 현재 누적 잔액은 5조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파트에서 헤지펀드로 고객 돈을 운용하면서 공매도 거래를 많이 한다"며 "국내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기관들이 공매도 공시를 피해 주식 선물 등으로 미리 돌려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공매도 잔액이 많은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에서 OCI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현대상선 등으로 꼽혔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셀트리온 메디포스트 씨젠 등이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으로 집계됐다.
최 연구원은 "공매도 잔액이 많은 종목들 특징은 업황이나 실적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것"이라며 "이번 공시가 이들 종목의 주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매도 공시제 시행으로 개인·법인 투자자 또는 대리인은 공매도 잔액이 상장주식 총수 대비
[한예경 기자 / 최재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