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의약품업종지수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10일 의약품업종지수는 1만1297.02로 전일 대비 1.8%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달 들어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장 지수 대비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의약품업종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2%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는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근 일주일 새 기관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한미사이언스로 7~10일 4거래일간 총 7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미사이언스 자회사인 한미약품의 순매수 금액도 473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 한올바이오파마(372억원) 제일약품(299억원) JW중외제약(237억원) 등 중소형 제약주들도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4거래일 만에 38.7% 상승했으며, 일양약품 주가도 21.3% 올랐다.
강양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인덱스의 10% 정도를 헬스케어에 투자한다고 본다면 최근 파이프라인 관련 성과가 기대되는 종목에 투자가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는 제약주 주가를 떠받치는 가장 큰 모멘텀이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파이프라인을 통한 기술수출 전망이 좋아지다 보니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며 "최근 주가가 급등한 중외제약, 한올바이오파마 같은 종목들도 파이프라인 기대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수출 등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되는 업체가 많아 성장성이 기대된다"며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이 캐나다 바이오사 앱토즈에 급성골수성백혈병에 대해 3500억원의 기술수출을 한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8조원 기술수출에 이어 액수로는 역대 2위 규모다. 구완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리스탈의 기술수출로 한미약품 외의 국내 바이오 업체도 대규모 기술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전임상 단계에서도 수천억 원대 계약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에 크리스탈이 기술수출을 발표한 지난 8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비슷한 유형의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 오스코텍, 큐리언트도 일주일 새 주가가 각각 21.8%, 8% 상승했다.
하반기에도 긍정적인 이벤트가 여럿 대기 중이다. 대장주인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허가 일정이 남아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도 예정돼 있어 제약주의 상승 랠리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완성 연구원은 "이달 글로벌 학회들이 시작되면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한미약품이나 제넥신 같은 업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나스닥 바이오지수도 상승세에 접어들어 국내 제약·바이오주도 한동안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연구개발(R&D) 투자 강화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골자로 한 글로벌 50대 제약기업 육성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는 등 국내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다만 아직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급하게 올라버린 주가에 대한 부담은 존재한다.
강양구 연구원은 "제약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로 국내 다른 업종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며 "자회사 신규 상장 같은 이벤트가 사라지면 주가는 장기적으로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김태희 연구원은 "의약품 업종의 PER는
[김제림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