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는 선진 IT·핀테크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난해 9월 국내 금융사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사무소를 오픈했다. 현재 직원은 한국인 6명과 외국인 2명이다. 현대카드는 이달 말 이 사무소를 면적 기준 3배 규모로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실리콘밸리, 뉴욕, 영국 런던에 있는 100개 이상의 벤처캐피털,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새로운 업체와 미팅하기 위해서 매번 비행기를 타고 해외 출장을 가야 한다면 빠른 핀테크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실리콘밸리 사무소는 현지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장기적으로 현대카드의 브레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현대카드로의 변신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조직체계 재편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디지털신사업실' '알고리즘 랩' '디지털사업실' 등 디지털 전략의 핵심 축이 될 3개 조직을 잇달아 신설했다. 특히 디지털신사업실은 지금까지 포털의 고유 영역이었던 맞춤형 검색 등 전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기존에 포털이나 카드사가 제공해 온 검색어 연관 상품 추천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기존 서비스가 단순히 고객이 입력한 검색어와 관련된 상품들을 나열하는 것이었다면 현대카드가 준비 중인 서비스는 고객의 소비패턴, 취향, 나이, 사는 지역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가장 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찾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셔츠를 구입할 때 현대카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셔츠'를 입력하면 과거에 본인이 가장 선호했던 셔츠 스타일과 사이즈, 색깔 등을 고려해 비슷한 상품이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되는 식이다.
알고리즘 랩은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외부 전문가 영입과 내부 인력 교육 등을 전담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춘 조직 구조 재편에 대한 리서치를 맡는다. 디지털사업실은 현대카드가 최근 내놓은 '락앤리밋' '가상카드번호' '페이샷' 등 주로 온라인·모바일 카드 서비스를 개발하는 조직이다. 조직문화 역시 실리콘밸리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달부터 정오~오후 1시로 고정된 점심시간 제도를 폐지했다. 직원들이 직접 정한 1시간을 식사나 운동시간 등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월엔 승진제도도 개인 역량이 뛰어나면 연차에 구애받지 않고 파격적인 승진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기존 4년(사원)·4년(대리)·5년(과장)·5년(차장)의 승진연도 제한을 없애고 진급한 지 2년이 지난 직원은 모두 승진 대상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제도상으로 최소 입사 8년차면 부장으로 진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난 4월엔 무려 12년 만에 기업 로고도 교체했다.
정 부회장은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