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사 대부분이 장사해서 이자도 못버는 상황이 3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채권은행들은 이들 조선사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없는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중 일부 업체는 선박을 수주하거나 인도한 이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현금흐름이 3년째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연체와 부도 여부만을 잣대로 삼아 부실채권을 분류해온 ‘자산건전성 분류(FLC: Forward Looking Criteria)’ 체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채권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선사 자산건전성 분류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주요 조선사 8곳 중 현대미포조선과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6곳이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대상이거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상태이지만 채권은행들은 STX조선해양을 제외한 5곳의 건전성을 모두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등 3곳은 모두 지난해까지 2년 이상 1을 밑도는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해 올해 4~7월 진행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대상에 포함되지만 채권단은 이들 조선사의 여신을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한’ 정상 여신으로 간주하고 있다.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진행중인 한진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도 향후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 채권회수에 문제가 없는 ‘요주의’로 분류돼 있다. 해당 조선사 대출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돼 있는 조선사는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은 STX조선해양 한 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부실 조선사 여신이 정상채권으로 간주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조선·해운 여신은 42조원에 달한다. 이르면 6월께 대우조선해양의 자율협약 개시나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전환이 검토되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은 은행들의 급격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오는 7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선정될 예정이어서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충당금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부실 조선사 여신을 제대로 분류하면 10조원 이상의 ‘충당금 폭탄’이 터질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 이미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진행중인 현대상선 외에 한진해운의 여신도 고정이하로 분류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 4곳에 대해 제1금융권이 정상으로 분류해둔 여신만 41조원이 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구조조정 진행 강도가 높아질수록 요주의 또는 고정으로 재분류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제1금융권에서 많게는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지난해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대상 기준을 최근 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 미만에서 2년 연속 1 미만으로 강화함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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