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원유·구리 등 원자재에서부터 중국 증시, 전기차·핀테크 테마주 등 기초 자산이 다양하고 최근 두 달 새 60%가 넘는 수익을 낸 종목이 나오는 등 수익률도 양호해 투자자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ETN 시장 시가총액은 2조3825억원으로, 1년 전(7022억원)에 비해 3배 이상 수준으로 늘었다. 2014년 11월 ETN 시장 개설 당시 시가총액이 474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년 반 만에 5배가 된 셈이다. 당시 6개에 불과했던 종목 수도 92개로 늘어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N 종목 수는 올 상반기 중으로 1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마찬가지로 거래소에 상장돼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상장지수채권이라고도 한다. 특정지수의 수익을 오차 없이 보장하는 채권으로 금융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한다. ETN은 각종 지수를 추종하되, 지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에프앤가이드 등의 대행기관을 통해 새로 지수를 만들고 그에 따른 상품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초 자산이 다양하다. 최근 NH투자증권이 전기차, 2차전지, 핀테크, 수자원, 고령화, 사물인터넷(IoT) 등 테마형 ETN 7종목을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 ETN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양호한 수익률을 내고 있는 종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신한금융투자가 발행한 원자재 선물 ETN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2월 말 상장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이달 3일 기준 수익률이 64.7%에 달한다. ‘신한 은 선물 ETN(H)’과 ‘산한 금 선물 ETN(H)’도 작년 말 대비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QV 건설 TOP5 ETN’(18.9%), ‘QV 에너지 TOP5 ETN’(17.1%), ‘삼성 화학 테마주 ETN’(12.4%), ‘대우 에너지화학 Core5 ETN’(11.4%), ‘대우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11.2%) 등도 작년 말 대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ETN은 만기시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과 달리 지수 수익률을 지급한다. 발행 증권사가 지수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익률 예측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추종하는 지수 수익률에서 연간 보수가 차감된 금액이 ETN 투자자 수익률이 된다. 환헤지 비용이나 선물 매매 비용 등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증권사가 부담한다. 반면 ETF는 자산운용과정에서 추적오차가 발생하고, 펀드 매매 비용이 펀드 가격에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목표 지수 흐름과 운용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TN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위험이 존재한다. 조병인 거래소 ETN시장팀장은 “ETF는 투자자산을 별도로 보관해 두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부도가 나도 그 자산을 매각해서 돌려줄 수 있어 큰 피해가 없지만 증권사가 신용으로 발행한 ETN은 증권사가 도산하면 휴지조각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신용위험은 높지 않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대형증권사들만 발행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ETN을 발행한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윤채성 신한금융투자 에쿼티파생부 팀장은 “ETF는 신용위험은 없는 반면 지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고, ETN은 운용성과와 상관없이 발행주체가 파산하면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며 “이같은 장단점을 잘 고려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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