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수백 명의 산은 노조원이 서울 여의도 본사 로비에서 성과주의 반대 시위를 벌였다. 산은은 2010년부터 연봉제를 시행 중이지만 성과 차등의 폭을 좀 더 넓히고 개인별 평가를 도입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성과주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사측은 직무평가안을 마련하기 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은 역시 노조 반대로 성과주의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직원 보수 관련 컨설팅을 진행 중이지만 사정은 산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권 권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산은과 수은이 정작 자신들의 구조조정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지부는 지난 3일 전 조합원을 상대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80.4%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고 4일 밝혔다. 김상형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부 위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캠코를 성과주의 선도기관으로 지정하고 4월 말까지 도입을 압박했지만 노예연봉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캠코 관계자는 "일단 노조가 자체적인 찬반 투표를 실시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면 된다"며 "향후 노조와 협상을 통해 성과주의 도입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반대 의견을 확실히 한 만큼 회사 측이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주택금융공사 노조 역시 성과주의 도입 관련 찬반 투표를 한 결과 85%가 반대해 부결됐다. 캠코와 마찬가지로 주금공도 노조 반대로 회사 측이 성과주의 도입 협상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기 힘들게 된 것이다. 투표 전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김재천 주금공 사장이 "노조 반대 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언급을 하면서 사장 사임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사장 사임설이 현실이 되면 사태 수습과 함께 제도 도입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IBK기업은행은 성과주의 관련 사측안을 이달 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은 역시 노조 반대가 심한 상황이라 도입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노조는 사측과 개별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금융공기업과 노조의 갈등은 금융공기업들이 지난 3월 말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이후 더욱 커졌다. 금융공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주의 도입을 위해 산별 노조와의 협상 대신 개별 노조와 협상을 통해 빠르게 진행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산별 교섭의 주체인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각 사 노조와 협의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힘의 분산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로 협상 자체가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성과주의 도입을 압박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박준형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