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5일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KB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6개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의 경우 1년 안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현대증권과 합병하면 차순위인 KTB투자증권이 중기 특화 증권사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금융위가 중기 특화 증권사 지정 제도를 도입한 건 중소·벤처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 위한 것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를 중기 특화 증권사로 지정해 대형 증권사와 차별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육성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는 대기업이거나 규모가 큰 거래에만 관심이 있고 당장 벌어들일 수익 대비 발품을 많이 들여야 하는 중소기업에는 관심이 적다"면서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하려는 의지와 사업 계획이 뚜렷한 중소 증권사 위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기 특화 증권사 선정에는 총 13개 증권사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증권사들이 대거 경쟁에 뛰어든 것은 '중소기업 전문 투자은행(IB)'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중기 특화 증권사에 대해 향후 2년 동안 중소기업 관련 회사채 발행이나 인수·합병(M&A) 전용 펀드 주간사 선정에서 우대해주기로 했다.
우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한 중소기업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시장 안정 유동화증권(P-CBO)' 발행 주간사 선정 시 진입 문턱이 사라진다. 기존에는 총자산이 1조원 이상이고 자기자본이 3000억원 이상인 증권사만 참여가 가능해 재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참여하는 길 자체가 막혔다.
한국성장금융(성장사다리펀드)이나 산업은행이 출자하는 중소기업 전용 M&A 펀드 운용사 선정에서도 중기 특화 증권사는 평가 기준 완화 등 우대를 받는다. 또 금융위가 연내 개설을 목표로 준비 중인 사모투자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지분 거래 시장이 열리면 중기 특화 증권사가 전담 중개기관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지정 1년 후 중간 점검을 거쳐 활동 실적이 미흡한 증권사는 교체될 수 있다. 선정된 증권사들은 당장 큰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중소·벤처기업과 창업 초기 단계부터 인연을 맺고 금융 자문 역할을 하면서 함께 과실을 공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코리아에셋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이라도 회사 가치를 잘 알면 증권사 네트워크를 통해 회사채나 주식 발행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