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08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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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이 마무리된 가운데 KB금융을 제외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의 증권사 인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증권사 대형화에 따른 격변에도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금이 많은 탓에 쉽사리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KB금융(105%), NH금융(118%), 신한지주(121%), 하나금융(124%) 등이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이란 대손준비금 차감 후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에 대한 출자 총액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30% 이하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M&A에 나설 경우 금융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금융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다른 대형금융지주사 대비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로 1조2000억원을 웃돈 금액을 지불한 이후에도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112%에 불과해 여전히 다른 대형 금융지주 대비 M&A 여력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NH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은 쉽사리 금융사 M&A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중레버리지 비율 130%를 넘지 않는 M&A 한도 금액이 각각 NH금융(2조876억원), 신한지주(1조8700억원), 하나금융(8153억원) 등에 불과하다. 여기에 IFRS 도입으로 인해 이들 금융지주는 추후 계열 생명보험사에 증자해야하는 부담이 남아 있다. 쉽사리 증권사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이들은 최근 대형 M&A 부담으로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높게 올라간 상황이다. NH금융은 옛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하나금융은 옛 외환은행 인수로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급증했다. 신한지주는 옛 조흥은행과 옛 LG카드 등 초대형 M&A를 잇달아 단행한 부담감이 여전히 남아있는 형국이다. 아울러 이들은 계열사 M&A를 통해 비은행 부문 비중을 높여둔 터라 굳이 무리하게 추가 M&A에 나설 필요성도 적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다만 증권사 대형화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이들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많은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계열 증권사들은 '미래에셋대우증권'과 'KB현대증권' 출범 이후 자기자본 기준 순위가 각각 NH투자증권(2위), 신한금융투자(6위), 하나금융투자(7위)에 위치한다. NH를 제외하고는 대형 금융지주사 위상에 걸맞지 않는 자본 규모다. 이들은 추가 투자 재원 마련를 위한 금융지주사 자본확충 작업을 마치는대로 증권사 M&A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계열 증권사 덩치를 키우는 작업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 인수 성공으로 축제 분위기인 KB금융의 추가 행보도 관심사다. KB금융은 1조가 넘는 현대증권 인수 이후에도 자회사 출자 가능 금액이 3조3000억원 규모나 된다. 아울러 핵심 계열사 KB국민은행은 BIS 자기자본 비율이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인 16.14%에 달해 모기업 KB금융에 대한 배당 여력도 높다. 이같은 까닭에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또 다른 잠재 대형 금융사 매물로 꼽히는 삼성카드, ING생명 등의 유력 인수 후보로 KB금융을 지목하고 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