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분석 / 일동제약 ◆
일동제약은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회사를 분할해서 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시장에서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14일 일동제약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는 공시 이전인 지난 8일 종가보다 2.4% 오른 수치다.
지주사 전환 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지주사 전환 전 시총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11일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만8074주, 3927주를 순매도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5만주 넘게 사들였다.
일동제약은 2년 전인 2014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당시 2대 주주였던 녹십자와 3대 주주였던 피델리티의 반대로 지주사 전환이 좌절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를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 이미 이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동제약은 윤원영 회장 외 16인이 31.6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주요 주주로는 20%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썬라이즈홀딩스가 있다. 썬라이즈홀딩스는 녹십자에서 사들인 일동제약 지분 20%를 윤 회장 측과 의결권을 공유하기로 했기 때문에 윤 회장은 사실상 지분 51.64%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일동제약은 사업자회사 '일동제약(가칭)'과 투자회사 '일동홀딩스(가칭)'로 분할될 예정이다. 이어 사업자회사인 일동제약을 다시 분할해 제약 사업을 전담하는 일동제약과 바이오 및 건강기능식품사업부문을 맡는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칭)', 필러 사업을 맡는 '일동히알테크(가칭)'로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주사인 일동홀딩스가 일동제약과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를 거느리는 구조로 바뀐다.
일동제약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윤 회장 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높아진다. 기업을 사업자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하고 주식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교환하면 오너 일가는 사업자회사의 지분을 낮추고. 투자회사의 지분을 높일 수 있다. 윤 회장 일가가 보유한 투자회사의 지분율은 50~6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돼 경영권이 안정되면 헬스케어·건강식품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도 높아진다. 일동제약은 일동후디스 지분 29.91%, 일동생활건강 지분 100%, 일동에스테틱스 지분 52.80%, 유니기획 지분 100%, 루텍 지분 46.36% 등을 소유하고 있는데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지주사인 일동홀딩스가 일부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은 오너 3세인 윤웅섭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3503억원의 매출액과 2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