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높인 이재용…삼성물산 지분 2천억 산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000억원어치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000억원 규모를 사들인다. 그룹 내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지분 확대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한편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지원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삼성SDI가 매각을 추진하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 2000억원 상당 주식에 대한 매매 계약을 이날 장 마감 이후 체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같은 날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2만주를 302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추후 엔지니어링 주식 700억원어치를 취득하는 등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총 1000억원 규모 사들인다.
삼성SDI는 다음달 1일까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약 7600억원)를 처분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수가 늘어난 데 대해 순환출자가 강화됐다며 이에 대한 해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SDI는 합병 이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을 모두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양사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식 수가 기존 500만주에서 904만2758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이 부회장을 상대로 이날 삼성물산 종가 15만3000원 기준 130만7190주(0.7%)를 매각하고 나머지 370만주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 블록딜에는 삼성생명문화재단이 참여해 196만주(1.0%)가량을 3000억원에 사들일 예정이며, 나머지 170만주는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매각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 이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지분율은 기존 39.9%에서 39.0%로 소폭 내려가게 된다. 반면 이 부회장 개인 지분은 기존 16.4%에서 17.1%로 올라가며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주식 처분에도 향후 삼성물산 주가 흐름은 견조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 지분 확대에 따른 지배구조 수혜 기대감이 높아짐과 더불어 이번 블록딜로 대규모 물량 부담(오버행)도 덜어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이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으로 향후 주가 흐름이 양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인수는 회사 자본과 현금을 늘리는등 유상증자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을 재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 판단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주식 취득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처음 확보하게 됐으며 지분율은 1.5%다. 추후 700억원을 엔지니어링에 추가로 투입한다면 이날 엔지니어링 주가 9980원 기준 이 부회장 지분은 5%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송성훈 기자 / 노현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