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선 "기금운용본부의 지방 이전 계획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한다. 앞서 같은 대체투자실의 과장급 이 모 전임운용역도 지난해 말 새마을금고로 자리를 옮겼다. 하는 일은 물론 직급도 동일하다. 새마을금고 운용자산이 최근 50조원으로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역시 국민연금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지인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올해 말 전라북도 전주 이전을 앞두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핵심 운용 인력 유출이 줄을 잇고 있다. 총 512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져야 할 기금운용본부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다 지방 이전 문제까지 겹치면서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국민연금과 투자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대체투자실의 허리를 담당하던 과장급 핵심 인력 두 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해외대체실에서 10년 넘게 해외부동산 투자를 전담해온 강 모 팀장이 국내 부동산투자 운용사로 이직했고, 배 모 해외대체실 팀장도 외국계 금융사로 자리를 옮겼다. 전체 운용인력 200여 명 가운데 최근 1년 새 10명이 떠났다.
그나마 대체투자실에 근무하는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환경 악화로 증권·자산운용사들의 스카우트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부 부서 직원들은 옮기고 싶어도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민간업체 이직이 쉽지 않자 서울에 운용본부가 있는 한국투자공사(KIC)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으로 이직을 타진하는 운용역도 더러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과 KIC는 최근 상호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서로 인력을 스카우트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까지 맺었다.
한 전직 운용본부 간부는 "국내외 금융시장 분위기가 급랭해서 그렇지 시장만 회복되면 연말까지 기금운용 인력의 절반 정도가 떠나려 할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 처우 수준으로는 한창 일할 30·40대 젊은 운영역의 이탈 러시를 막을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 인력이 나간 자리는 조금 심한 표현으로 C·D급 인력이 대체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 노후자금 관리에 큰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올해 하반기부터 지방 이전에 따른 인력 유출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은 512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운용 인력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수익률을 넘어 투자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대체투자 부문은 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관련 투자 경험이 요구되는 분야여서 우수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국내 인력풀은 한정돼 충원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시장 이직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면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항상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강면욱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이 기금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핵심 인력 이탈 문제부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 인력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면 좋은 운용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운용사나 해외 연기금처럼 연봉 및 성과급을 대폭 올려주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
이에 대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 CIO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은퇴한 캐피털 시장의 우수한 인력을 어드바이저그룹으로 영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강두순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