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외국인은 국내 주식 3조71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의 3조690억원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37거래일 연속 총 6조517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1월 말 현재 외국인이 소유한 주식 규모는 404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17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외국인 순매도 현황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영국이 가장 많은 1조1658억원 팔아치웠다. 중국(4762억원)과 케이맨제도(3439억원)가 뒤를 이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아일랜드(3350억원) 독일(3140억원) 스위스(1580억원) 등 유럽 자금의 유출이 두드러졌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유국에 많은 투자를 했던 도이체방크 등 유럽 은행들이 산유국 재정위기가 발생하자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며 "바젤3 은행건전성 규제 때문에 유럽 은행들이 위험자산을 내다팔기 시작한 게 한국 증시에서 유럽 자금 유출이 크게 나타난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조9258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며 줄곧 순매도 국가 상위권을 차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에는 1175억원 순매도에 그치면서 7위로 내려갔다. 저유가로 재정난이 염려되는 중동 자금 이탈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 안정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장기 투자 성격의 영국계 자금 순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고 단기 투자 성격으로 분류되는 싱가포르(1624억원)나 룩셈부르크(524억원) 등 조세피난처 지역 위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주식 5조218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단일 국가로는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저유가 때문에 중동에서 시작된 위기가 유럽·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지난달 월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전달과 비슷하기 때문에 중동 자금 유출이 줄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김학균 부장은 이어 "국내 증시에 들어온 주요 해외 자금인 유럽 자금의 이탈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증시가 급락한 중국도 한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3개월째 빼가고 있다. 경기 둔화와 위안화 약세 우려로 지난달 사상 최대인 1180억달러가 유출됐기 때문에 중국 당국 차원에서 해외에 투자된 자금 회수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