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는 보험업계의 화두는 간편심사 보험이 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이 유병자, 고령자 등 보험 취약계층에 대한 가입문턱을 크게 낮춘 간편심사 보험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편심사 보험은 전통적인 가입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 건강상태에 대한 고지항목을 축소해 완화된 가입심사를 거치는 상품이다. 크게 포괄적 질병에 대해 심사가 면제되는 상품과 특정 질병에 대한 가입요건을 면제한 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간편심사 상품은 AIA생명, 라이나생명,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일부 보험사에서만 취급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삼성화재,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 등에서 유병자를 위한 간편심사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이 보다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의 이같은 행보는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보험수요와 투자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령·유병자를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전력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는 보험사들이 적절한 위험률 산정,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유병자나 고령자에 대한 상품을 개발하지 않았지만 빠르게 진행하는 인구 고령화 추세를 고려했을 때 고령층을 배제한 마케팅 전략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졌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9월 ‘유병자 전용 보험상품 개선 방안’을 발표, 보험사들의 간편심사 상품 개발을 적극 독려했다. 금융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유병자도 보험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한 것이다. 또한 간편심사 상품은 주로 텔레마케팅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데 주요 타겟층인 고령층이 젊은층에 비해 전화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는 점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보험사들의 간편심사 보험 출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조치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연평균 339만원을 진료비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국민 평균인 109만원보다 3배가량 많은 수치다. 고령층 전체 진료비를 2007년도와 비교해보면 불과 7년 새 2.2배 이상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고령인구가 일반심사 보험상품의 높은 가입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초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노후실손 의료보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고령인구 106명 중 70.7%인 75명이 만성질환 때문에 노후실손 보험 가입을 거절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간편심사 보험상품은 개인의 진료비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간편심사 시장이 성장 초기단계인 만큼, 소비자는 상품 선택 시 보험료의 적정성이나 의무 고지항목, 보장 세부내역 등을 꼼꼼히 따져야 추후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라는 광고 카피로 인해 간편심사를 무심사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질병 종류에 따라 세부 언더라이팅(심사) 규정이 다를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간편심사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AIA생명이다. AIA생명이 출시한 ‘(무)꼭 필요한 건강보험(갱신형)’은 국내 보험업계 최초의 간편심사 건강보험이다. 과거 병력이 있어도 70세까지 가입해 질병이나 재해로 인한 입원 및 수술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2012년 12월 출시 이후 지난 해 11월 말까지 총 23만1000건 이상 판매됐으며, 초회보험료 기준 84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AIA생명은 이후에도 생보업계 최초의 간편심사 암보험인 ‘(무)꼭 필요한 암보험’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일에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도 무심사로 가입해 급성심근경색 및 뇌출혈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무)고혈압당뇨 YES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손보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작년 8월 고령자·유병자가 간편심사로 가입해 3대 질병(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에 대한 보장을 받는 ‘모두에게간편한건강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회사에서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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