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윤 회장은 "나는 유명하지만 그리 성공한 투자자는 아니다"며 웃었다.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그만큼 실수도 많이 했다"며 "투자자는 나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자금 관리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돌이켜보니 난 성급했고, 쉽게 흥분했고, 자제하지 못했습니다. 겁도 없이 지르다 하루에 220억원을 잃기도 했지요. 깨지면서 배운 노하우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절대 고수치고는 지나치게 겸손한 발언이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풍파를 겪은 수십 년 세월은 그를 세간의 평판에 초연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가 투자자 교육기관인 KR인베스트먼트 활동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상당수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성급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염려했다. 끝이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의 짜릿함과 승률은 반비례합니다. 한국 선물투자자 40%가량이 (변동성이 가장 심한) 원유 시장에서 거래합니다. 5분 단위로 눈이 벌게져 베팅을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돈 못 벌어요. 하루에 매매를 두 번 이상 하면 그건 중독입니다."
그는 수십 년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하러 다음달부터 홍콩을 오가며 새 사업을 시작한다. 홍콩에 있는 한 상장 증권사와 투자교육 계약을 맺고 트레이딩 아카데미를 열기로 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상대로 최고의 투자자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중국 대표 증권사인 중신증권과도 얘기가 되고 있고요. 중국의 거대한 자금을 발판으로 미국 시장에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이에요. 선물 거래에 부정적인 한국은 규제도 많고, 시장도 작지요." '압구정 미꾸라지' 명성에 반한 중국과 홍콩 증권사가 "시스템 구축은 우리가 전담할 테니 몸만 오라"며 스카우트 전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는 천성이 투기꾼이라 했다. 그가 정의하는 투기꾼은 확률이 높은 쪽에 돈을 걸어 시장에서 돈을 버는 전문투자자다.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과는 괴리가 있다. 도박은 5대5라는 불확실성에 베팅하지만 투기는 적어도 60% 승률을 보고 돈을 태우는 '확률 게임'이라는 지론이다.
"증조부가 충청도에서 산을 걸고 판을 벌였던 큰손이었다고 해요. 그 피를 물려받았는지 어릴 때부터 내기 승률이 무척 높았어요. 한때 집에 구슬 1000개, 딱지 1만장이 있었으니까요. 상대 세가 강해 보이면 승부를 피하고 반대면 판돈을 올려 수익을 극대화했죠. 시장 추세를 읽고 돈을 거는 선물시장과 다를 게 없습니다."
훌륭한 투기꾼이 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무모한 베팅을 하지 않는 자금 관리가 제일 중요합니다. 좋은 전략이 있어야겠고, 투자를 게임으로 바라보는 담대한 마인드를 갖춰야 합니다. 시장에 순응하는 유연한 사람이 되세요. 내가 맞다고 아집을 부려 판돈을 키우다가는 한순간 사상누각처럼 무너집니다."
그는
"투자 세계에서는 벌 수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입니다. 중국에서 또 한 번 화려한 성공신화를 쓰려 합니다. '압구정 미꾸라지' 신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홍장원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