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 주가가 10% 넘게 폭락했다. 주요 주주 중 하나인 한화테크윈이 절반 가까운 보유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오버행(대량대기매물) 이슈가 불거진 탓이다. 6일 KAI 주가는 전일 대비 10.12%(7800원) 하락한 6만9300원을 기록했다.
전일 한화테크윈은 보유 중인 KAI 지분 10% 중 5.01%(487만3756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한화테크윈도 당초 지분매각 목표치에 미달한 390만주만 매각함에 따라 전일 대비 3.57%(1250원) 급락한채 장을 마감했다.
한화테크윈의 지분 매각 공시는 KAI 주가에 이중으로 충격을 줬다. 우선 유력한 매수 후보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KAI 지분을 특정 전략적 투자자(SI)에게 넘기지 않고 블록세일한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M&A가 예정된 상황에서 한화가 시장을 대상으로 블록세일을 결정한 것은 경영권 확보에 나서는 다른 원매자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향후 출회될 매물도 부담이다. 현재 KAI 지분 5%를 보유중인 DIP홀딩스도 보유 지분 블록딜을 예정하고 있다. 두산 자회사인 DIP홀딩스는 모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 자산인 KAI 지분을 처분해 현금화할 생각이다.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할 경우 3000억원 가량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IP홀딩스 지분 외에는 없을 것으로 봤던 대기매물에 한화테크윈 지분까지 가세했다”며 “현대차 지분 10%까지 감안했을 때 최대 20%의 지분이 추가로 시장에 출회될 수 있는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예상치 않았던 물량 부담은 KAI 주가 상승을 당분간 제약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향방도 관심이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KAI 지분 전체 또는 일부(약 10% 가량)를 매각할 예정이다. 사실상 경영권을 포함한 M&A다. 매각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상 산은의 지분 매각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
[노현 기자 /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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