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5% 급등한 673.22로 마감했다. 이날 0.11% 오르는 데 그친 코스피보다 상승률이 월등하게 높았다. 그동안 연말 배당을 노리고 코스피 우량 배당주를 사모았던 기관들이 이날부터 배당권이 날아가자 코스닥 성장주로 대거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관은 코스피에서 주식을 2774억원어치 팔아치우고, 코스닥에서 285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기관들의 활발한 손바뀜에 코스닥은 깜짝 연말특수를 누렸다. 코스닥지수는 2012년 배당락일에도 1.67%, 2013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47%, 1.81%씩 코스피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에서 배당락일에 수익률이 뚜렷한 호전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며 "최근 5년 배당락일마다 기관 매물 부담에서 자유로운 코스닥지수가 매번 상승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반면 배당만 빼먹고 나가는 기관들 매도 공세로 코스피 우량 배당주들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코스피시장에서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SK텔레콤 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6.52% 급락한 21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주당 9400원을 현금 배당하고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이 4.2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고배당주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G 기업은행 등 손꼽히는 고배당주 주가도 4~5%씩 줄줄이 하락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코스피 우량주를 엄선한 '코스피 고배당50'지수를 구성하는 KT&G(-3.64%) 기업은행(-5.26%) 한국쉘석유(-3.37%) 동양생명(-3.36%) 하이트진로(-3.13%) 무림P&P(-4.17%) 등도 대거 약세를 보였다.
배당락일에 고배당주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배당으로 지급될 현금이 배당 전 시가총액에서 미리 빠져나간 상태에서 주식이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처럼 맥없이 추락한 배경에는 기관들의 차익실현 매물을 무시할 수 없다. 배당락일부터는 이 회사 주식을 사도 배당을 받을 권리가 없는 만큼 배당차익을 노리고 단기 보유했던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가령 SK텔레콤은 올해 현금배당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할 때 배당락은 23만원이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21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기관이 이날만 467억원어치를 팔아치운 탓이다. 마찬가지로 KT&G와 기업은행도 이날 기관 매도 물량이 각각 99억원과 236억원어치나 쏟아졌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배당락 이후 내년 1분기까지는 배당차익을 겨냥했던 기관 매수를 청산하는 매도 물량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올해 배당 관련주가 인기를 끌었던 만큼 투자수익을 확정짓고 나가려는 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배당주는 일반적으로 현금배당액을 감안하더라도 배당락이 더 클 때가 많다"며 "연초에 고배당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배당성장주 등이 대안으로 부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배당주의 큰 주가 하락폭이 올해 배당투자의 높은 인기를 증명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저금리 환경에서 안정성이 높으면서 상대적으로 시중 정기예금 금리를 웃도는 배당주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분간 이 같은 조정 흐름이 계속될 수 있어 배당 관련주보다는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하라고 권하는 목소리가 많다. 조 연구원은 "배당락일 직후 곧장 차익 실현하는 매물도 있겠지만 선물 매수 같은 것은 만기인 내년 3월까지도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면서 "내년 1분기까지는 배당주 조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가 지나고 대외적인 불확실성 등으로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을 무렵 배당주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는
반대로 지금 코스피 조정을 단기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배당락 이후 고배당주 하락폭은 내년 초께 대부분 회복될 것"이라면서 "배당투자는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할 트렌드인 만큼 오히려 현재 조정기를 매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