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의 대량 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도와 개인투자자 차익실현에 코스피가 끝내 2000선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배당락일(29일)이 지나면 배당을 노리고 들어온 기관 자금마저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어 '안도 랠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43% 내린 1990.65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외국인이 순매수를 유지하면서 2009.99까지 올라 2000선에 무리 없이 안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장 마감 1시간을 앞두고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급락한 코스피는 1990선을 겨우 지키는 데 그쳤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배당락일을 1거래일 앞두고 막판 기관 수요가 집중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도가 이어진 탓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대형 수출주 주가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17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날 외국인은 전날(63억원)보다 적은 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한 기관이 35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2000선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관들은 지난 13거래일 연속 3조2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 남은 3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힘겹게 2000선 탈환을 재차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배당을 노리고 주식을 사들인 기관들의 매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말에 줄어들었던 대차잔액도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차잔액은 증권사로부터 빌린 주식 금액을 말하는데 연말에 줄었다가 연초부터 다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대차잔액은 보통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 전략에 활용되기 때문에 지수 상승에 부담이 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관의 대량 매수세가 배당락일 이후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줄줄이 발표될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연말 누적된 손실을 회계상 한꺼번에 떨어내는 '빅배스'가 우려되는 데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상승하려면 밸류에이션의 추세적 상승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4분기 실적 리스크로 인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스피 실적이 부진하면서 대형주보다 코스닥 중소형주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