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분석 / 한섬 ◆
국내 패션업계는 2013년부터 이어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신영증권은 올해 국내 패션시장 매출 증가율이 -1.2%를 기록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초고가 수입명품과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로 양극화된 국내 패션시장에서 중저가 국내 브랜드의 설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가격에선 SPA에 밀리고 브랜드에서는 수입명품에 달리니 샌드위치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섬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성복에서 타임(TIME) 블랙라벨을 출시하는 등 국내 토종 브랜드 중 유일하게 해외 고급 브랜드와 맞대결을 벌였다. 그 결과 타임을 비롯한 고가 브랜드 중심의 자체 브랜드 사업의 매출성장률은 올해 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18.1%에 달했다.
전체 패션시장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 의미가 있다. 현재는 이런 성장세가 남성복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가 시장에 속해 있는 해외 브랜드 매출 성장률도 2013년 사상 처음으로 -8.8%의 역성장을 기록한 뒤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한섬의 독주는 더욱 돋보인다.
한섬 관계자는 "프랑스 라파예트 백화점 쇼윈도를 한섬 제품으로 장식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국내 패션기업 중 유일무이한 경영 성과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 3분기 한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3%, 53.2% 증가했다. 이는 7분기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이다. 이 관계자는 2020년 매출 목표를 1조원이라고 밝혔다.
한섬의 성공 배경엔 현대백화점그룹의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다. 인수 전 12개였던 브랜드는 현재 29개로 확대됐다. 매장 수도 인수할 때 390개였던 것이 올해 총 641개로 200여 개 이상 증가했다. 한섬 관계자는 "올해는 온라인몰 진출을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시작했다"며 "그룹 차원에서 올해 한섬에 투자한 금액만 523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업계 최악의 불황기에서도 대규모 인력 확대가 이뤄진 곳은 한섬이 유일하다"며 "특히 전문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섬에 따르면 그룹 편입 전 527명이었던 직원 수가 지난해 744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디자이너 신규 채용 숫자는 100명가량이다. 인수되기 전 25% 수준이던 디자이너 인력 비중이 35%대로 높아진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한섬의 디자이너 조직은 260여 명에 달한다.
8번째 자체 브랜드 '더 캐시미어'의 경우 한섬에서 10~20년간 니트 부문을 담당해온 직원들이 주도해 브랜드를 론칭했다. 국내에선 최초의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다. 지난해 진행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3일 만에 제품 대부분이 완판되는 등 선풍적 반응을 얻은 바 있고, 론칭과 동시에 백화점 빅3 본점에 정식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섬의 공격적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재 한섬은 경기도 이천에 연면적 8만5800㎡(2만6000평) 규모 물류센터를 신설 중이다. 1987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 물류창고다. 한섬 관계자는 "이천 물류센터 완공 시 한섬 전체 물류 처리 능력이 2.5배 향상된다"며 "중국, 동남아, 미국 등 해외 다국적 국가 대상 수출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전문적인 물류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중국
2011년 한섬은 일부 브랜드의 중국 내 독점 유통 사업권을 SK네트웍스로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기간은 2012년부터 5년간이다.
[김태준 기자 / 조성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