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연말 증시를 떠받치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6일 현재 기관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밀어올리고 있다. 이 기간 지수는 1940선에서 2029선 언저리까지 올랐다. 이날 장 중 한때 2030을 넘기기도 했다.
특히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지난 17일부터 8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선 연기금의 움직임에 투자자의 시선이 주목된다.
연기금 수급의 90%를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인사권 충돌이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마무리된데다 대개 연기금의 순매수가 연말에 집중된다는 점에서다. 또 연기금의 매수 여력이 충분해 수급 지지에 대한 기대 역시 당분간 더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은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 주식 5894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9일 하루를 제외하고 내내 ‘팔자’ 기조를 유지하며 6773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기금은 순매수 기간 삼성전자, LG화학 등 업종별 대표주를 골고루 담았다.
연기금의 순매수액 1위 종목은 삼성전자(786억8600만원)가 차지했다. 이어 LG화학(564억6900만원), 한미약품(453억7700만원), SK이노베이션(449억9500만원), 아모레퍼시픽(413억4900만원) 등 순이었다.
연기금은 지난 10월 인사권 충돌 당시 뚜렷한 매매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우려와 파리 테러 등 글로벌 악재로 코스피가 1940선까지 밀리자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전체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LG화학(929억7000만원), 한미약품(893억6000만원), 동부화재(816억4700만원), SK이노베이션(773억9000만원) 등이었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4179억6300만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삼성전자우(1983억7500만원)와 POSCO(1254억4100만원), 호텔신라(1036억5400만원), 현대차(694억8700만원) 등을 덜어냈다. 대신 동부화재(2427억4300만원), 아모레퍼시픽(858억9700만원), LG디스플레이(542억5000만원)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주식 매수 여력이 아직 충분하기 때문에 당분간 연기금을 위주로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 편입 목표비중을 감안하면 올해 4분기에만 4조원 이상의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변수에 따라 시장에 충격파가 전이되더라도 연기금의 수급 지지력은 여전할 것”이라며 “다만 연말 코스피가 1970∼2050 내에서 등락 과정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00 이상에서는 행보가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박스권 장세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연기금의 지수 구간별 매매를 분석한 결과, 연기금은 2000선 이하 구간에서 지수 방어와 저점 매수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간별로 연기금의 누적 순매수는 코스피 2100선 이상에
김 연구원은 “시장이 2000선 위에서 움직일 경우 연기금의 수급은 대형 수출주 가운데 가격 매력이 부각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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