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설정액이 100억원이 넘는 펀드를 대상으로 수익률을 평가하다 보니 자금 흐름이 활발한 '스타' 펀드 못지않은 성적에도 주목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소형 운용사 펀드일수록 출시 초기에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않으면 마케팅에 힘을 싣기가 어려워 장기간 소규모 펀드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5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의 '한화한화그룹목표배당'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5.2%, 최근 1년 수익률은 30.51%를 기록 중이다. 3년 수익률은 41%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63%)의 10배를 웃돌았으며 국내 주식형 펀드 대부분이 5% 이상 하락한 최근 3개월 동안에도 -0.39%를 나타내 변동성에도 꿋꿋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0년 9월 출시된 이 펀드 설정액은 36억원에 불과하다. 한때 80억원 수준이던 운용 규모는 최근 3년간 절반 이상이 빠져나갔다.
설정액 73억원에 불과한 '한국투자셀렉트배당'도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억울한 펀드 중 하나다. 배당성향이 높은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해 꾸준한 성과를 내는 이 펀드의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10.32%와 38.65%로 같은 기간 배당주펀드 평균 수익률(5.97%, 27.47%)을 크게 웃돈다. 장기수익률은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2730억원)' 'KB액티브배당(1904억원)' 등 최근 자금이 크게 늘어난 펀드에 비해서도 부족함이 없지만 규모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해외펀드에서는 이처럼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펀드를 찾기가 더 쉽다. 장기 안정성으로 주목받으며 올해 자금 유입이 활발한 유럽(1조4000억원)과 일본펀드(8300억원)에서는 일부 해외 운용사들의 펀드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운용규모 78억원인 '이스트스프링유러피언리더스'의 최근 1·3년 수익률은 각각 19.19%와 39%로, 설정액 1조1000억원으로 국내 유럽펀드 전체 설정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슈로더유로(18.39%, 51.32%)'와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설정액이 15억원에 불과한 '키움일본Smallcap(27.30%, 101.02%)'은 설정액이 3000억원이 넘는 '프랭클린재팬(22.79%, 90.56%)'보다 장단기 성과가 더 좋다.
업계에서는 펀드 설정 초기에 높은 성과로 시장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하면 향후 수익률이 오르더라도 규모를 키우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출시 6개월 안팎으로 특정 펀드 마케팅에 힘을 실을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성과는 우수한데 자금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펀드 상당수가 이런 사례다. '한화한화그룹목표배당'의 경우 첫 1년 수익률은 -11.85%에 불과하며 2007년 출시된 '키움일본Smallcap'도 2011년까지는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운용사들은 펀드를 출시할 때부터 판매 채널을 대규모로 확보하고 공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기가 어렵다"며 "당장 성적을 내지 않으면 대형 운용사들이 내놓은 상품들이 특정 시장을 선점해버리기 때문에 자투리펀드로 맴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용사에 따른 기본적인 마케팅 역량 차이도 있다. 그룹에 다수 지점을 보유한 대형 은행·증권사 계열사를 둔 운용사들은 성과만 뒷받침되면 순식간에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반면 은행·증권 계열사가 없는 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 '미래고배당포커스'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총 31개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KB액티브배당'의 경우 KB국민은행을 포함한 주요 은행·증권사 11곳에서 가입할 수 있다. 반면 '한국투자셀렉트배당'은 한국투자증권 1곳이 전부다.
빛을 보지
업계 관계자는 "2007~2008년에 설정된 펀드 중 오랫동안 설정액이 늘어나지 않은 펀드 대부분은 판매가 중지된 상황"이라며 "결국 펀드 수익률도 장기적으로는 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출시해 어떻게 마케팅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