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미국 뱅크론(은행대출채권)’이나 ‘미국 달러’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요즘 울상이다.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기대했던 대출금리 상승 반영은 커녕 달러값이 떨어져 최근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올해 12월도 불투명하고 내년 3월 내지 그 이후로 늦어질 수 있는 만큼 금리인상 시점을 염두에 둔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펀드 가운데서는 금리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 펀드, 해외는 추가 양적완화가 기대되는 유럽·일본 펀드 투자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66%, 최근 3개월 수익률도 -0.92%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뱅크론 상품인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 펀드도 같은 기간 각각 -0.31%와 -1.2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개 뱅크론 펀드로는 올해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에 최근 3개월 동안 615억원, 연초이후로는 152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뱅크론 펀드는 미국에서 ‘투자등급 미만(BBB 이하)’에 속하는 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조달하는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에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경우 추가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금리인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인상을 염두에 두고 미국 달러나 미국 주식형 펀드를 선택한 투자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달러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3.70%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9월 금리인상이 빗나가면서 달러값이 하락한 탓이다. ‘AB미국그로스’, ‘피델리티미국’, ‘KB스타미국S&P500인덱스’, ‘삼성미국대표주식’ 등 미국 주식형 펀드도 최근 3개월 -5% 미만의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지난 9월17일 금리동결을 결정하면서 연내, 이르면 10월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9월24일 한 대학강연에서 연내 인상을 점친 이후로는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나 대니얼 타룰로, 라엘 브레이너드 등 다른 연준 이사들은 연내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달 27~2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인상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22일 본지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금리인상 시점은 올 12월보다 내년 3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시기를 예단하기 힘든 만큼 이와 관련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지금은 미국 금리인상과 크게 상관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우선 국내 펀드의 경우 연말 배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 펀드가 가장 유망하다. 배당주 펀드는 최근 1개월 평균 1.9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로는 최근 1주일 국내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253억원의 신규 자금이 들어왔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상승 흐름이 추세적이라고 보기는 이르다”면서 “시장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배당주 투자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이 큰 유럽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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