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글로벌 변동성 장세를 거치며 마이너스 해외펀드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일본 등 선진국 펀드가 양호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하반기 조정장에서 높은 방어력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흥시장에서는 러시아펀드와 인도펀드가 수익률 호조를 기록 중인 반면 브라질과 중국펀드는 하반기 폭락해 브릭스(BRICs) 국가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1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49개 유럽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7.45%로 7%대인 일본·러시아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연초 이후 10% 이상 수익률을 기록 중인 12개 해외주식형 펀드(인덱스·ETF 제외) 가운데 5개가 유럽펀드로, ‘피델리티유럽(15.32%)’과 ‘이스트스프링유러피언리더스(13.15%)’ ‘하나UBS유럽포커스(11.40%)등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타 지역·국가별로는 전체 수익률 1위인 ‘신한BNPP더드림러시아(17.17%)’를 포함해 러시아펀드와 글로벌펀드가 수익률 상위권에 2개씩 포함됐다.
유럽펀드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유럽증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지난주 서유럽 주식펀드에만 모두 19억6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가 순유입됐다. 중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 비해 통화 안정성이 높은 유럽이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영향에 지난 변동성 장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3분기에도 유럽펀드는 선방했다. 유럽펀드의 지난 3개월 평균수익률은 -2.96%로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8.85%)를 크게 웃돌았다. ‘JP모간유럽대표’의 경우 유일하게 2%대를 기록하는 등 해당 기간 플러스 수익률 해외펀드 12개 중 절반을 유럽펀드가 차지했다.
신흥시장에서는 지역·국가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상반기 고공행진을 이어온 러시아는 연초 이후 7.70%로 해외펀드 가운데 가장 양호했다. 러시아펀드는 올 상반기 증시 상승에 힘입어 수익률이 급등했는데, 하반기 급락 후에도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최근 기술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이다. 인도펀드는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 수출의존도가 낮은 편이고 여전히 연 7%대 경제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올 들어 수익률이 급등한 기간은 없지만 최근 3개월 -3.61%, 연초 이후 5.94%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반면 브라질과 중국펀드는 3분기를 기점으로 수렁에 빠졌다. 브라질펀드는 원자재 가격과 헤알화 가치가 폭락으로 자국 경제가 위기에 몰리며 최근 3개월 -23.49%, 연초 이후 -31.97%를 기록중이다. ‘산은삼바브라질’ ‘JP모간브라질’ 등 대부분이 해외펀드 수익률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연초 후 평균수익률이 50%에 달했던 중국본토는 현재 -6.73%까지 하락했다. ‘삼성중국중소형Focus’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00%로 양호한 편이지만 지난 6월말 기준 올해 수익률(74.15%)과 비교하면 3분기 얼마나 부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이 불투명한 현 시점에서는 연말까지 선진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펀드의 경우 뚜렷한 상승 요인이 없어 향후 수익률이 급등락 할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