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최근 대형주를 다시 사들이면서 내용면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 위주로 순매도한 외국인들이 최근 다시 대형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까지 제일모직은 8거래일째, 삼성전자는 4거래일째, 포스코는 5거래일째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졌다.
특히 제일모직의 경우 외국인이 매수를 시작하면서 지난달 25일 종가와 비교해 주가가 23.5%나 상승했다. 이 기간 중 개인과 기관은 순매도를 기록해 외국인 자금이 홀로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도 개인은 같은 기간동안 연일 순매도 했지만 외국인 매수세 덕분에 주가를 지지될 수 있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 6월 5일까지 10조300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이후 3개월 동안 7조6000억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월간 순매도 규모는 6~7월 1조7000억원 내외에서 8월 중 4조1000억원으로 확대됐으나 9월 들어 주요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중순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기술적 반등이 가능할 정도로 낮아진 상황이고 세계 주식시장도 박스권 하단에서 저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흥국 자금 유출이 일단락 된다면 신흥국 내 한국 선호가 커질 것”이라며 “신흥국 자금 유출이 4분기 중 정점을 지난다면 외국인 수급측면에서 삼성전자가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는 ‘셀 코리아’ 보다는 신흥국 비중조절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6차례 발생한 금융불안 때 나타났던 순매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의 현상은 매도 기간, 매도 규모, 외국인 보유액 대비 매도 강도 등을 감안하면 이전의 순매도 수준과 비슷하다”며 “최근 외국인 순매도는 일시적으로 신흥국 자산 비중을 낮추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물론 있다. 일부 대형주에서 발견되는 외국인 순매수는 이들 종목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 저가매수한 것일 뿐 추세적인 반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지난달 28일 이후 1000억원 미만으로 내려갔지만 3일 다시 1200억원 대로 늘어났다. 머지 않아 외국인 순매도가 순매수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전체 투자규모를 줄이면서 고평가된 종목을 더 많이 팔고 저평가된 종목은 일부 사들이고 있다”며 “최근 외국인이 사들이는 종목들은 글로벌 경쟁사보다 심하게 저평가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장 팀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수는 삼성전자 우선주가 FTSE(파이낸셜타임즈 스톡익스체인지) 한국지수에 새로 편입된 영향이 좀 더 크게 작용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달 5일 이후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역대 외국인 연속 순매도 기록 중 세번째
[용환진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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