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 모씨(32)는 최근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를 찾았다. 여기서 보험 가입 현황을 조회한 결과 본인이 가입한 개인 실손의료보험이 회사에서 가입해준 단체상해보험과 의료실비 보장 내역이 겹친다는 점을 알았다. 김씨는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불필요한 개인 실손보험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는 김씨에게 "단체 실손보험은 퇴사하면 효력이 상실되고 나이가 들면 개인 실손보험에 재가입하기 어려우니 그냥 유지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할 수 없이 실손보험을 중복 가입한 채로 보험료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
최근 김씨처럼 '울며 겨자 먹기'로 단체와 개인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손보험은 여러 개 중복 가입해도 실제 낸 치료비 이상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퇴사할 때를 대비해 단체와 개인 실손보험을 중복 유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보험사도 50대 이후 퇴직한 후에는 개인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복 가입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노후 실손의료보험'을 도입했지만 보험사 거절률이 7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노후 실손의료보험은 상품을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팔기를 꺼려 한다"고 말했다.
단체 실손보험만 믿고 개인 실손보험에 가
입하지 않은 직장인은 퇴사후 보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단체 실손보험에만 가입한 사람이 현재 3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퇴사 후 실손보험 없이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중복 보험료를 부담하더라도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처지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