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중 지주사 등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NH농협과 신한은행이다. 브랜드 사용료란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이름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최근 발표된 상반기 실적에서 브랜드 사용료가 이들 은행 순이익에 압박을 가했다.
농협은행은 브랜드 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라는 항목으로 지불한다. 이 은행이 올해 상반기 부담한 브랜드 사용료는 무려 1526억원에 달한다. 이 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브랜드 사용료가 나가지 않았다면 순이익은 훨씬 더 늘어난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에서도 브랜드 사용료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브랜드 사용료 납부 전 농협은행 ROA는 0.25%지만 이를 지불하고 나면 0.14%로 떨어진다.
농협은행은 매년 4000억원이 넘는 브랜드 사용료를 부담하다가 작년 2926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와 자회사 경쟁력을 감안할 때 브랜드 사용료를 더욱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브랜드 가치평가기관인 브랜드파이낸스에 따르면 2015년 세계 금융 브랜드 톱 500 가운데 농협 브랜드 가치는 178위로 신한(36위) KB(57위) 우리(88위) 등보다 아래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지주에 브랜드 사용료로 2013년 760억원을, 작년 460억원을 지불했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는 외부 브랜드 평가 전문기관과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브랜드 가치를 결정한 것이어서 부당하지 않다"고
KB금융그룹은 브랜드 소유권이 지주가 아닌 은행에 있다. 따라서 지주사가 은행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낸 경우는 없다. 하나금융그룹도 KB금융그룹처럼 하나은행이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현재 지주사가 브랜드 사용료를 은행에 지불하지 않고 있다.
[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