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와 연말정산 쇼크의 영향으로 연금저축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상반기 해외펀드의 인기가 연금저축에도 반영되면서 해외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보다 2배나 커졌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26개 연금저축펀드에는 올해 들어 7493억원(7일 기준)이 들어왔다.
5개월여만에 지난해 유입규모(1조270억원)의 70%를 넘어선 것. 특히 4월말 연금저축 계좌이동 간소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은행(연금저축신탁)·보험(연금저축보험) 등 타 업권에서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 최근 한달 새 3000억원에 이르는 돈이 유입됐다.
연말정산쇼크로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에 관심이 높아진데다 저금리로 은행·보험상품의 수익률이 무의미해지면서 위험자산을 택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결과다.
해외펀드의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연금저축펀드 가운데 해외주식형, 해외채권형, 해외리츠(REITs) 등 해외상품에 유입된 자금은 4052억원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금저축펀드 유입액(1조270억원) 가운데 해외상품 비중이 26%(2680억원)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
2월 해외주식형 펀드에 7년만에 자금이 순유입되는 등 저금리와 국내 기업의 저성장으로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연금저축펀드도 국내에서 해외로 빠르게 전환된 것이다.
특히 연금저축펀드를 해외상품에 투자할 경우 해외펀드에 대한 이자·배당소득세를 피할 수 있어 절세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이점도 해외상품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 증권사 PB는 “세액공제 혜택과 큰 상관이 없는 고액자산가들이 절세를 목적으로 연금저축을 해외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며 “가족구성원 모두가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펀드별로 자금유입이 많은 상품도 대부분 해외펀드다. 자금유입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8개가 해외상품으로 도배될 정도다. ‘미래에셋아시아그레이트컨슈머’펀드의 연금클래스에는 398억원이 들어왔고, 상반기 최대의 히트작인 슈로더유로펀드의 연금저축버전인 ‘슈로더유로연금증권자’펀드에도 391억원이 들었다. 이들 두 펀드는 올해들어 각각 10.7%, 18.58%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올 들어 40%대 수익률을 낸 중국 주식형 펀드의 인기도 높았다. ‘삼성클래식차이나본토연금증권자’, ‘동부차이나본토증권자’, ‘삼성누버거버먼차이나증권자’ 등에도 3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해외채권형 가운데서는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연금증권전환형자’펀드에 385억원이 들어와 유입규모가 가장 컸다.
연금저축을 해외에 투자할 경우 거시경제의 순환이나 금융위기 발생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저축계좌 내에서 펀드 환매와 재투자가
연금저축펀드는 일반 펀드와 달리 투자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아도 환매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때문에 계좌 내에서 다른 펀드로 이동할 경우 보험 등과 달리 별다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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