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 매각 `진실게임` 공방

금호고속 매각 협상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매각 자산, 매각 금액, 협상 시한 등을 놓고 매각 주체인 IBKS-케이스톤사모펀드(IBK펀드)와 인수 주체인 금호아시아나그룹 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위 관계자는 22일 "금호그룹은 IBK펀드에서 금호고속과 금호리조트를 분리해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금호리조트 지분을 제외하고 금호고속만 인수하는 것은 우선매수청구권 계약 위반"이라는 IBK펀드 측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매각 협상에서 금호고속이 보유 중인 금호리조트 지분 48.8%가 핵심 쟁점 사안으로 부상하며 협상이 지연돼왔다.
IBK펀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올해 2월부터 금호그룹과 단독 협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금호그룹이 금호리조트 지분을 제외하고 금호고속 지분만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IBK펀드는 2012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그룹에서 금호고속 지분 100%를 33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인수계약 당시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금호고속 지분 10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IBK펀드 측은 이에 대해 "분리 인수 관련 조항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호그룹에서 합의를 깨고 금호리조트에 대한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분리 인수 옵션은 효력을 상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금호리조트 지분은 금호그룹과 IBK펀드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었는데, 금호그룹이 IBK펀드 측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유상증자를 강행하면서 펀드 측에선 경영권을 상실하게 됐다. 두 번째 유상증자 때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IBK펀드는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향후 매각하기 쉽지 않게 된 만큼 금호그룹이 금호고속과 금호리조트를 함께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측 계약서상에는 IBK펀드에서 금호리조트 경영권을 상실하면 금호그룹에서 반드시 금호리조트를 되사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아울러 매각 가격을 놓고도 설전이 오가고 있다. 금호그룹에선 지난 2월 말 IBK펀드가 450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고, 최근 금호리조트 지분을 통째로 인수한다는 조건하에 4000억원 수준으로 할인하는 것으로 양측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돌연 IBK펀드가 말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반면 IBK펀드 측에선 "양측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협상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