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표된 현대자동차의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는 주주 권익 보호에 소홀했던 한국 기업들이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거버넌스위원회란 회사가 특정 대주주의 이익이 아닌 모든 주주의 목소리를 골고루 반영할 수 있게 돕는 기구다.
주주들의 권한이 큰 선진국에서는 회사 내 이런 기구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외국 회사의 거버넌스위원회는 경영진이 경영계획을 승인할 때 주주 입장에서 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정기적으로 주주와 만나 주주 의견을 경영진에 전달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오너 체제인 한국에서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기구를 따로 조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20개 외국계 기관투자가를 대표해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공식 요청한 APG의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현대차의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결정은 글로벌 기준에서는 일반적이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매우 혁신적"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네덜란드의 공무원 연금인 APG와 PGGM, JP모건, 퍼스트스테이트(Firststate), LGIM, 캐피털그룹 등 20개 해외 기관이 현대차와 꾸준히 협의해 온 내용을 토대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 현대차가 발표한 한전 용지 매입 금액을 보고 당황한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현대차 의사결정 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할 것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현대차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현대차가 설치할 거버넌스위원회의 구조와 운영방식에 대해선 확정된 것이 아직 없다. 다만 외국계 기관들은 사외이사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해 주주 권익보호를 담당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의견을 검토해 조만간 거버넌스위원
현대차그룹은 한전 용지 매입 이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자 잇단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았다. 2020년까지 평균 연비를 25% 끌어올리는 등 연비 개선 로드맵과 2020년 친환경차 로드맵을 잇달아 발표한 데 이어 결산배당도 확대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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