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택 넥슨 최고재무책임자(CFO·45·사진)가 15일 매일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넥슨이 지분 투자를 엔화로 했기 때문에 엔화 기준으로 손실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엔화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이익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논리라는 것이다.
한 CFO는 “환율은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투자 손실 판단 기준에 넣어서는 안 된다”며 “2012년 6월 이후 2년 반 넘게 엔씨소프트 지분을 보유했지만 주가가 취득단가인 25만원을 넘은 날은 전체 거래일의 7%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엔씨소프트 주가는 19만8500원에 그치고 있다. 2012년 총 취득가액이 8045억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평가손실액은 약 1650억원에 달한다. 또한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투자 목적을 단순 지분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기업 색깔이 다르다는 점은 협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협력을 해야 하는 이유”라며 “넥슨은 그동안 텐센트·EA·밸브 등 강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성장을 일궈온 만큼 엔씨소프트와도 협업 구조를 개선하고 양사의 장점에 집중한다면 분명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CFO는 넥슨의 주주제안서에 대한 엔씨소프트 답변서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가 비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특수관계인의 연간 보수 및 산정 기준 공개 요구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는 “엔씨소프트는 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며 임원들의 보수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는 “공개된 기업에서 중요 지위에 있는 임원이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이라면 일부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해당 임원들의 보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특수관계인이 임원으로 근무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 CFO는 “그렇다면 넥슨의 지배구조는 어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넥슨은 일찍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왔다”고 설명했다. 1994년 창립 이래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가 대표직을 맡았던 기간은 2년을 채 넘지 않았고 2006년 이후 김정주 대표를 제외한 어떤 특수관계인도 넥슨의 임직원으로 재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평소 배당금 지급액의 5배가 넘는 주당 343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그 배경은 넥슨의 압박에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넥슨이 지난해 10월 추가로 0.4%의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이 15%를 넘어서자 비로소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배당 확대를 결의했다는 것이다. 그는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영업과 관련된 투자를 크게 하지 않으면서도 사내유보로 쌓아온 현금과 자사주를 적극
넥슨이 지난해 4분기에 상장 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모바일 자회사인 글룹스의 영업권을 감액함에 따라 발생한 일회성 손실 때문”이라며 “감액손실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33%에 달할 정도로 넥슨의 실적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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