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원유를 둘러싼 수급 상황이나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에 대한 우려가 본질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큰 폭의 추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원유선물(H)’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시장에서 전일 대비 5.09% 오른 588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29일 종가(5045원) 대비 4거래일 만에 16.7% 상승한 것이다. 이 ETF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을 지수화한 ‘S&P GSCI 원유 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추종한다. 지난달 중순 배럴당 40달러대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던 국제유가는 최근 4거래일 연속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3월 인도분 WTI 선물은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3.48달러 오른 53.05달러에 거래됐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3월 인도분 북해산브렌트유는 배럴당 3.16달러 오른 57.91달러까지 상승했다.
1월 중 최저가 대비 WTI는 19.4%, 브렌트유는 24.3% 각각 오른 것이다. 그 덕분에 유가 반등을 노리고 지난달 원유 관련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는 환호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5개 원자재 펀드는 지난 3일 기준 하루 평균 3% 상승했고, 4일 기준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면 수익률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원자재 펀드에는 저가 매수 자금 3800억원가량이 몰리면서 누적 설정액이 1조4100억원 규모로 커졌다.
반면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는 아직 원금 손실에서 벗어나려면 갈 길이 멀다. 원유 DLS는 미상환 발행잔액 1조3800억원 가운데 3분의 2인 약 9000억원 규모 상품이 이미 ‘녹인(Knock-In·원금 손실 발생)’ 구간으로 접어들었고, 예상 손실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녹인이 발생한 DLS라면 WTI 기초 상품은 배럴당 80달러, 브렌트유 기초 상품은 배럴당 88달러까지 상승해야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 현재 유가에서 WTI는 51%, 브렌트유는 52% 더 올라야 원금 손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4월 17일 약 5억원 규모로 발행돼 같은 해 12월 1일 가장 먼저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든 ‘삼성증권 DLS 729호’는 WTI 가격이 배럴당 104.30달러일 때 발행됐다. 만기인 올해 10월 15일 기준 WTI 값이 배럴당 88.65달러 이상으로 올라야 원금 손실에서 벗어나 연 9.12%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선에서 바닥을 확인했고 최근 미국 셰일 원유 신규 투자 감소로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당장 큰 폭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경하 동부증권 원자재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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