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태블릿 브랜치(Tablet branch)’를 확대하는 쪽으로 점포 전략을 새로 짜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실제 고객들 활용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상담이 필요한 투자 상품은 태블릿PC를 통해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블릿 브랜치는 은행 영업시간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은행 직원이 직접 태블릿PC를 들고 방문하는 형태의 영업을 말한다. 은행은 종이를 쓰지 않아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고객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일대일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새로운 영업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농협은행이 올해 NH태블릿 브랜치를 17개 지점에 새로 오픈하고 태블릿PC를 통해 제공되는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태블릿PC를 통해 거래되는 예·적금, 신용카드와 같은 상품은 내용이 간단해 고객이 혼자서도 인터넷뱅킹을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뿐이다.
금융사들이 태블릿 브랜치를 확대하면서도 태블릿PC로 펀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현재 금융상품의 투자자 계약 철회권을 ‘철회 불가’로 수정한 내용의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상담 당시 가입 예약을 하고 변심할 경우 2~3일 내에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대안도 고려되고 있다. 증권사 PB센터도 태블릿PC를 통한 아웃도어세일즈(ODS)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방문판매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애태우고
삼성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복잡한 구조의 사모 상품도 많이 팔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심층 상담이 필수적”이라며 “상담에 필요한 종이도 은행보다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비용 절약 차원에서도 태블릿PC를 통한 상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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